신혼이지만 미혼입니다…“저금리 대출에 유리” [요즘 신혼부부②]

신혼이지만 미혼입니다…“저금리 대출에 유리”  [요즘 신혼부부②]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 최근 서울 강서구 신혼희망타운에 당첨된 김미경(30‧직장인‧가명)씨는 대출을 받지 못 한 채 은행에서 나와야 했다. 주택도시기금에서 운영하는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연이자 2.1%~2.7%)’을 받으려면,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 합산 연소득 7500만원이 넘는 김씨는 결국 연이자 4%가 넘는 일반 신혼부부 대출을 받기로 했다. 김씨는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을 정작 신혼부부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택 대출이나 청약 등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정책을 이용하려 해도, 2인 가구 소득 기준이 1인 가구 대비 크게 낮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신혼부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신혼부부들도 많다. 2021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1년에 7000만원 이상 버는 신혼부부는 전체 35%에 달했다. 또 국세청에서 발표한 ‘2022년 4분기 국세통계’에서 2021년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4024만원으로 집계됐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 저금리 대출의 소득 기준을 가뿐히 넘어선다.


최저임금만 가능한 신혼부부 대출

김미경씨가 대출을 받지 못한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외에도, 신혼부부들이 이용하기 좋은 저금리 대출의 연소득 기준은 대부분 낮은 편이다.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 대출(연이자 1.5~2.4%)’과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연 2.15%~3%)’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경우 신혼부부는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일반 부부는 연소득 6000만원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도 신혼부부는 그보다 낮은 연소득 6000만원, 미혼과 일반 부부는 5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이처럼 저금리 대출의 연소득 기준이 높은 건 오랜 기간 물가·임금 인상 등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딤돌 대출은 2014년 도입부터 지금까지 부부 합산 소득 기준 6000만원 이하(신혼부부는 7000만원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은 기존 연소득 기준 5500만원이었던 것을 2015년 6000만원으로 상향한 뒤 지금까지 그대로다. 8~9년 전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현재 대출을 진행하다 보니 신혼부부 주거 지원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만약 부부합산 소득 5000만원 이하가 되려면,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이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9620원)의 한 달 소득은 201만580원이고, 2인 가구 연소득은 4825만3920원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맞벌이 부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맞벌이하는 신혼부부들도 절반을 넘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2021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초혼 신혼부부의 맞벌이 비중은 54.9%로 전년보다 2.9%p 상승했고, 부부 합산 평균 소득 8040만원으로 나타났다.

신혼이지만 미혼입니다…“저금리 대출에 유리”  [요즘 신혼부부②]
쿠키뉴스 자료사진.

결혼은 페널티…혼인신고 안 해요

최근 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 카페에 신혼희망타운 입주 시 ‘미혼’으로 중기청 대출이 가능한지 묻는 글이 올라왔다.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이 초과됐다는 글 작성자는 “신혼희망타운 대출 단독(미혼)으로 가능한가요” “1인 가구 대출로 받을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부부 합산 소득 기준(5000만원)을 초과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1인 가구로 대출을 받으려는 것이다.

실제 저금리 대출 기준은 2인 가구인 부부가 1인 가구보다 불리했다.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은 미혼과 부부 합산 연소득 기준이 같다. 신혼부부여도 1000만원 가량 높아질 뿐이다.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 대출과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 역시 1인 가구와 신혼부부의 소득 기준이 단 10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신혼부부들이 혼인신고를 ‘페널티’라고 여기는 이유다.

청약과 대출 등에서 1인 가구가 더 유리하기 때문에 일부 신혼부부들은 혼인신고도 미룬다. A(30)씨는 결혼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혼인신고를 할 계획이 없다. A씨는 “혼인신고를 해서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이 많게 느껴진다”라며 “청약할 때도 부부가 각자 따로 넣는 게 더 유리하다. 아이를 낳기 전까진 혼인신고를 미룰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결혼을 앞둔 김모(30)씨도 “혼인신고를 최대한 늦게 할 계획”이라며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룰 것”이라고 밝혔다.

신혼부부들의 위장 미혼은 수치로도 확인 가능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결혼한 부부들 중 2022년까지 접수된 혼인신고는 총 19만6483건이다. 이 중 2020년 곧바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2022년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는 전체의 4.3%(8377건)에 달했다.

정부 “연소득 기준 올리고, 대출 공급도 확대”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신혼부부 대상 주택구입자금 대출 특례 상품의 경우 연소득 기준 상한을 7000만원에서 8500만원, 전세자금 대출 특례상품의 연 소득 기준 상한을 60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각각 1500만원씩 올리겠다고 밝혔다. 청년들의 주택 매매·전세 계약을 돕는 디딤돌·버팀목 대출자금 공급도 기존 21조원에서 44조원으로 확대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지원하다 보니 소득 기준이 정해져 있었다”라며 “정부의 디딤돌·버팀목 대출자금 공급에 따라 신혼부부의 주택구입자금 특례대출 부부 합산 연 소득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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