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 알아요”…외국인 관광객 막는 장벽들 [지방 소생 보고서②]

국내 관광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죽어가는 지역을 살리는 중요한 열쇠가 됐습니다. 지방 관광의 민낯을 내국인과 외국인의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주]

“서울만 알아요”…외국인 관광객 막는 장벽들 [지방 소생 보고서②]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관광객들이 수문장 교대식을 관람하고 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이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유채리 기자

“서울 아닌 곳이요? 찾아보지도 않았어요”


한국이 두 번째라는 알렉스(30세, 영국)의 말처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은 오직 서울로 향한다. 코로나 엔데믹과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귀환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하지만 지방 관광까지 발길이 닿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관광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26만3986명. 지난해 같은 달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방문이 대다수다. 2023년 외래관광객 조사 1분기 결과(잠정치) 자료에 따르면 서울을 방문했다고 답한 외국인이 81.8%에 달했다. 두 번째로 많이 방문한 부산은 15.6%로 서울과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 다음은 경기로 10명 중 1명꼴(10.7%)로 방문했다. 이외 지역(강원·인천·제주·경남·대구·경북·대전·충남·전남·광주·전북·울산·충북·세종)은 모두 한 자릿수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서울에 집중되는 경향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과 인사동 등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은 서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부산이나 제주 등에 방문한 외국인도 있었으나, 대부분 이외 지역은 잘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스페인에서 온 베르나(41)는 “스페인 친구가 서울이 좋다고 추천했다”라며 “(한국의) 다른 지역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산 넘어 산…정보·교통·효용 장벽에 지역 여행 ‘머뭇’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주로 정보·후기 공유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나 구글 검색을 통해 여행 정보를 찾는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유튜브를 살펴봐도 서울을 다룬 정보가 가장 많다. 한국관광공사가 여수, 파주, 순천 등 지역 소개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지만, 다양한 언어가 제공되지 않거나 지역의 이미지로 인상을 전달하는 것에 그친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지방 곳곳에 흥미가 생겨도, 구체적인 여행 계획으로 이어지긴 힘들다. 정보 장벽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배아등(64)씨는 “충청도나 전라도는 한국사에서 중요한 장소”라면서도 “이런 지역에 가고 싶어도 그 지역에 어떤 음식이 맛있고,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면 좋을지 등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해 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7개월 정도 한국에서 살며 정보를 모은 A씨도 부산과 제주에 방문한 것이 전부였다.


“서울만 알아요”…외국인 관광객 막는 장벽들 [지방 소생 보고서②]
외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길찾기 사이트. 인천국제공항에서 강릉시 주문진에 가려면 버스 2번, 택시 1번을 타 7시간 걸려 가야 한다. 기차를 이용해도 4시간 정도 걸린다. 롬투리오 캡처

홍보 영상, 인기 콘텐츠 등 미디어를 통해 지역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아내면, 이번엔 교통이 장벽으로 작용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그룹 BTS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장소로 유명한 강원 강릉시 주문진에 가려면 버스 2번을 갈아타고 택시까지 타야 한다. 기차 4시간을 포함, 가는 데만 총 7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알렉스(30·영국)는 “다른 지역은 교통 때문에 가기 어렵다”며 “KTX로 가기 편한 장소를 집중적으로 찾아본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도와 강릉에 다녀왔다는 B(30·중국)씨 역시 “(풍경이) 아름다웠지만, 대중교통이 잘 돼 있지 않아 이동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구글맵의 도보와 자동차 길찾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것 역시 어려움을 더한다. 군사 보안을 이유로 구글엔 한국 지도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온 아가베(26)는 “구글맵에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여행하기 힘들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대구에 가고 싶어졌지만, 이런 이유로 다른 지역을 가기 망설여진다”고 했다.

정보와 교통 장벽을 넘어도 여전히 지역 여행은 망설여진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유명 명소에 도착해도, 그 외에 볼 것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남 진주시에 있는 진주성은 진주대첩이 벌어진 역사적 현장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종종 방문하는 곳이다. 진주성의 후기를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찾아보니 “몇 개의 오래된 건축물과 국립진주박물관 말고 볼 게 많지 않다” “서울에서부터 올 정도는 아니다”는 등의 글이 남아있다. 경주 불국사 후기에도 “관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 실망스럽다” “산 말고 거의 볼 게 없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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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만난 나즈다(41·말레이시아)씨와 동료들. 한국 여행은 처음으로 광화문을 보기 위해 서울로 여행왔다.   사진=유채리 기자

전문가들 역시 정보·교통·효율 장벽을 문제로 짚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중앙 기관·주변 기초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현숙 경기대 관광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외국인에게 서울을 중심으로 홍보가 되고 있다. 지역에서도 외국인 관련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지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중앙 기관과의 연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도 “지역을 외국인이 방문하기에는 교통, 숙소 같은 인프라는 물론, 지역성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며 “지자체들이 각개전투 중인데 한 지역에 방문한 후 다른 지역에도 들를 수 있게끔 지자체 간 연결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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