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많은 출렁다리, 갈수록 인기도 흔들 [지방 소생 보고서①]

출렁다리·케이블카·테마거리 등 지역마다 비슷한 관광지
주변 상권 활성화 실패도

국내 관광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죽어가는 지역을 살리는 중요한 열쇠가 됐습니다. 지방 관광의 민낯을 내국인과 외국인의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주]

지방에 많은 출렁다리, 갈수록 인기도 흔들 [지방 소생 보고서①]
1일 찾은 경기도 파주 마장호수 출렁다리에 관광객들이 계속 오고 갔다.   사진=임지혜 기자 

# “아휴, 지금 보세요. 주변 상권 다 죽었어요. 출렁다리 개통했을 때보다 손님이 더 크게 줄었죠.” 경기 파주시 마장호수 출렁다리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상인 A씨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 한 커플은 출렁다리 주변 관광지를 더 찾아보지 않고 이동할 계획이다. 다른 방문객에게 출렁다리 주변 관광지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한참 휴대전화를 보며 고민하다 멋쩍게 웃는다. 출렁다리 초입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다리 끝에 둘레길이 있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볼 게 없네.”

지방 지역 경제와 인구 유입을 위해 각종 관광 시설이 경쟁적으로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개통 당시 반짝할 뿐, 시간이 갈수록 열기가 사라져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출렁다리가 대표적이다. 흔들다리로도 불리는 출렁다리는 판자와 줄을 이용해 건너는 다리로, 사진을 찍거나 주변 경치를 즐기기 좋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출렁다리 개수는 약 208개. 스카이워크, 케이블카, 테마 거리처럼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관광 시설이다. 지난해에만 한 달에 1~2개씩 설치·개통했을 정도로 지금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비슷한 출렁다리가 지역 곳곳에 개통되자, 경쟁하듯 더 길이가 긴 출렁다리를 건설해 관광객을 모으는 분위기다.

지방에 많은 출렁다리, 갈수록 인기도 흔들 [지방 소생 보고서①]
1일 경기도 파주 마장호수 가는 길에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이는 음식점 뒤로 폐업한 숙박시설이 보인다.   사진=임지혜 기자

수십억, 수백억 혈세로 지어진 출렁다리가 관광지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출렁다리 1m당 평균 조성 사업비는 2300만원, 출렁다리 1개 평균 조성 사업비는 41억500만원에 달한다. 길이 200m 출렁다리를 만들려면 46억원이 필요하다. 지자체들은 많은 예산을 투입해 ‘국내 최장’ ‘국내 첫 Y자형’ 등 각종 수식어를 붙이며 경쟁에 열을 올렸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전국 출렁다리 현황 및 효과분석’ 보고서에서도 출렁다리 집객 효과는 보통 개통 이후 7년부터 떨어지며, 집객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파주시도 2016년 감악산 출렁다리가 성공을 거두자, 이후 마장호수 출렁다리 개발에 착수했다. 마장호수 출렁다리는 2019년 경기 파주시 광탄면 기산리 마장호수에 220m 길이로 지어졌다. 현재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지역 명소다.

하지만 개장 초기에 비해 인기가 줄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의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통계에 따르면 마장호수는 개통 초기인 2019년 한 해 동안 내국인 185만명이 찾았지만, 지난해 142만명에 그쳤다. 지난 1일 방문한 마장호수는 제2주차장에 마련된 푸드트럭과 카페만 상권이 활성화된 모습이었다. 마장호수를 찾아가는 길목 곳곳에 폐업한 숙박시설과 음식점, 카페 건물이 흉물처럼 방치돼 있었다.

지방에 많은 출렁다리, 갈수록 인기도 흔들 [지방 소생 보고서①]
지난 1일 오후 4시에 찾은 경기 광명 도덕산 출렁다리 모습.   사진=임지혜 기자

지난해 8월 개통한 경기 광명시 도덕산 Y자형 출렁다리의 상황 역시 비슷하다. 1일 오후 등산로를 올라 광명 출렁다리를 찾아갔지만, 관광객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국내 두 번째 Y자형 출렁다리’로 새로운 지역 관광명소가 될 것이란 개통 당시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도덕산 출렁다리 인근 상인 김모(59)씨는 “출렁다리가 개통했을 땐 찾는 사람이 많아 가게 손님도 크게 늘었다”고 “개통 초기엔 출렁다리를 지나가려면 줄을 서야 했을 정도”라고 당시 분위기를 기억했다. 하지만 “지금은 관광객이 거의 없다”라며 “특히 최근 잇따른 흉악범죄로 등산로를 꺼리는 분위기라 더욱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방 지자체에선 여전히 출렁다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가평군은 지난 7월19일 길이 210m의 운악산 출렁다리를, 경북 영천시는 지난달 30일 보현산 댐에 길이 530m 출렁다리를 각각 개통하며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지방 지자체들은 최근 인구 유출로 지역 경제에 위기가 올까 걱정하는 눈치다. 아무리 비슷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인기가 많은 출렁다리나 케이블카 등 관광 시설을 앞다퉈 짓는 이유다. 지역 개발 연구원 김모씨는 “지역 개발 사업은 최소 30년간 경제·재무·정책성 타당성, 고용과 같은 파급 효과 등 다양한 부분을 분석하고, 주민과 관광객 의견 등을 수집한 뒤 시작한다”라며 “출렁다리 역시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거란 판단하에 지어졌다. 한국은 산이 많아 출렁다리를 만들기 좋은 여건이고, 예산도 다른 관광시설보다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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