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올려주었지만” 청년물가 쇼크에 부모들 한숨 [끝모를 물가쇼크③]

청년층 물가 충격, 부모에게 이어져
가구원 많을 수록 지출 증가율 높아
도시락 싸고 값싼 점심 찾아 나서
정부 공공요금 인상 "최대 억제"
인위적 물가관리 지속 불가능 지적

“용돈 올려주었지만” 청년물가 쇼크에 부모들 한숨  [끝모를 물가쇼크③]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일단 아이들 용돈부터 올려줬죠, 워낙 교통비나 식대 다 올라서”

56세 윤모씨는 치솟은 물가에 자녀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두고 최근 고민이 많다. 서울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윤씨는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첫째는 석사학위를 취득한 취업준비생, 둘째와 셋째는 대학생이다. 

그는 현재 자녀들의 카드에 주마다 10만원씩 용돈을 넣어주고 있다. 한 달에 고정 용돈만 120만원이다. 여기에 물가가 오르면서 필요할 때 마다 추가로 주는 용돈이 늘었다. 자녀들의 2학기 등록금 고지서 수령을 앞두고 있는 그의 한 숨이 늘어난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장에 돈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고물가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2020년 전년도 대비 0.5% 상승에 그쳤던 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 2022년 5.1% 치솟았다. 올해 물가 상승 추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3%대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서 소득이 불분명한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물가 충격은 결국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의 경제적 기반이 되고 있는 부모세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용돈 올려주었지만” 청년물가 쇼크에 부모들 한숨  [끝모를 물가쇼크③]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청년 2명 중 1명은 캥거루족, 부모지원 의존

청년세대의 부담이 부모세대로 연결된다는 점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와 동거중인 만 19∼34세 청년은 전체의 57.5%에 달한다. 이들의 67.7%는 독립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독립하지 못 하는 이유는 56.6%가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라고 답변했다.

청년 2명 중 1명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은 부모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구 구성원이 4명 이상인 가구의 월평균 지출은 653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566만원 보다 87만원(15.5%) 늘어났다.

1인 가구 지출이 같은 기간 21만원(10.3%) 늘고, 2인가구와 3인가구가 각각 36만원(11.9%), 61만원(14.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가구원이 많을수록 소비지출 증가 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의 물가상승 부담이 가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4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교통비와 주거·수도·광열, 음식·숙박 품목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했다. 가장 지출이 크게 늘어난 품목은 교통비로 월 평균 13만6000원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소득 5분위 가운데 소득 수준이 가장 좋은 5분위에서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교통비를 제외하면 난방비를 포함한 주거비와 음식·숙박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 주거비는 월평균 11만7000원, 음식·숙박비는 12만7000원 증가했다. 특히 소득이 적은 1·2분위 가구에서는 교통비 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주거비와 음식․숙박비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특징을 보였다. 임대료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외식비 증가 등 물가상승 부담이 4인 가구, 그 증에서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윤씨는 “요즘 아이들은 씀씀이가 예전하고는 다르다”며 “등록금에 용돈, 학원비, 운동비(헬스)도 나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즘 주로 카페에서 공부하는데 카페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면서 “둘째는 과외, 셋째는 학기중에 편의점, 지금은 대학생 행정체험단으로 활동하며 돈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용돈 올려주었지만” 청년물가 쇼크에 부모들 한숨  [끝모를 물가쇼크③]
쿠키뉴스DB

“밥값 너무 올라 도시락 싸서 다녀요”


물가 상승은 자녀가 있는 가족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인천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고모씨(52세)의 가족들은 최근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있다. 고씨의 가족은 총 5명으로 고씨 부부와 딸 둘, 아들 하나다. 아들이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고씨는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외식비가 장난이 아니다”라며 “요즘에는 막내를 빼고 모두 점심을 싸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들이 아르바이트를 안 하면 유지가 힘들다”며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한 아르바이트 중개 업체의 조사를 보면 대학생 10명 중 9명(96.3%)은 올해 여름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고 조사됐다. 그 이유는 ‘2학기 등록금 및 용돈’(59.3%·복수응답)과 ‘생활비’(37.8%) 등 금전 마련 목적이 대부분 이었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의 구내식당을 찾는 중장년층도 늘고 있다. 서울 중심부의 한 구청 구내식당에는 점심때마다 장사진이 펼쳐진다. 점심값이 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때 마다 찾아오는 결과다. 주변 식당의 한 끼 식사 값이 8000원에서 1만원하는 반면 해당 구내식당의 한 끼 식사는 5000원에 불과하다. 

물가 상승 충격이 청년과 부모세대 생활 변화까지 불러오면서 부담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 한정된 만큼 선별-보편 지원 문제를 놓고 논란만 커지며 출발조차 못하는 사업들이 부지기수다. 경남도는 올해 모든 대학생에게 하루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무상학식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선별-보편 지원 논란 속에 사업이 보류됐다.  

“용돈 올려주었지만” 청년물가 쇼크에 부모들 한숨  [끝모를 물가쇼크③]
청년세대 물가 안정을 위해 편의점 물가부터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쿠키뉴스DB

“공공요금 최대한 억제하겠다” 들어본 듯 한 말들


정부는 청년과 부모는 물론 국민 전체를 위해 올해 하반기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하반기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공공요금은 하반기 중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지방 공공요금도 특별교부세 차등 배분 등을 활용해 억제한다고 밝혔다. 특히 5월 기준으로 전년동월대비 23.2% 폭등한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최대한 인상을 막아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국전력은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물가억제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세계 각국이 작년 물가 급등기에 생필품과 저소득층 관련 물가를 관리했다”며 “우리도 전기요금 같은 게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한 혜택이 있겠지만 (이런 물가 관리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정부 재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상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청년세대의 물가 쇼크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당장 편의점 물가부터 안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 감시센터 관계자는 청년세대의 물가 안정을 위해 “청년 세대들의 이용이 많은 편의점에서 가격 인상이 유독 잦게 발생하고 있어 편의점 가격 안정이 필요하다”면서 “올해에만 벌써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 음료 및 커피, 수입맥주, 즉석식품, 생수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이 최대 15% 인상되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 “(한국전력 등) 기관의 재정 안전성 문제를 요금 인상만으로 해결하려는 방향은 잘못된 처사로 보여진다”며 “내부적으로 재정 안정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먼저 선행된 후, 가격 인상을 논의하는 것이 소비자가 동의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기관 자체적으로 관리 감독을 강화해 내부적 경영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여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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