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짝사랑’ 정치권, 정작 외면 이유는…“방법을 몰라” [말로만 청년➆]

與 김기현, 연일 청년 소통하나 일반 청년 ‘무관심’
野 청년 조직 가동…존재감 ‘미미’
“근본 해결 아닌 임시방편” “선거 때만 청년 찾아” 불만 성토

‘청년 짝사랑’ 정치권, 정작 외면 이유는…“방법을 몰라” [말로만 청년➆]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년정책네트워크 3호 정책 '개인정보 알.파.고(알림, 파기, 고지)' 발표에서 '지켜줄게 취준생 개인정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

선거가 다가올수록 청년 세대를 향한 정치권의 구애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없는 청년 세대 특성에 따라 중요한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가 된 청년층은 이제 정치권의 단골손님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청년의 절박한 요구와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청년 정책 발굴, 청년 소통 등 온갖 ’청년 네이밍’에 나서고는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관심 자체가 없다.

집권 여당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는 미래 세대인 청년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거의 매주 한 번씩 청년 이슈를 던지고 있다. 장예찬 최고위원을 필두로 한 청년 조직이 앞장서고 당 대표가 지원하는 식으로 총선에서 청년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달 23일에는 홍대를 찾아 청년들과 소통하면서 국민의힘이 추진해온 청년 정책과 앞으로 추진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 민주당도 총선을 대비해 청년 조직을 점검하고 정책 발굴에 나섰다. 변호사 출신 현역 홍정민 의원을 민주당 제4기 청년미래연석회의 의장으로 임명했으며, 최근에는 오디션을 통해 청년 대변인을 선발해 청년 현장의 목소리를 담겠다는 의지를 표명 중이다.

‘청년 짝사랑’ 정치권, 정작 외면 이유는…“방법을 몰라” [말로만 청년➆]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청년의 나라로 더불어 미래로!’ 글귀가 쓰인 피켓을 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치권의 부단한 노력이 청년들에게는 정착 체감되지 않고, 마음이 동하지도 않는다는 게 문제다. 연일 청년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관심과 기대 자체가 없다.

청년들이 최근 정치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우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내놓은 정책과 법안들이 실제 청년들의 삶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경우가 꽤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땜질식 무마용 정책이 대부분이었기에 큰 기대 자체가 없다. ‘해주면 좋고, 안 해줘도 그만’이라는 식의 생각이 청년 사이에서 굳어지고 있다.

20대 직장인 최지수씨는 지난달 30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천원의 아침밥’ 지원 정책 같은 게 나오던데 사실 직장인인 청년 입장에서는 관심이 안 간다”며 “근본적인 청년 문제의 해결책이라기보다는 그냥 선심성, 일회성 정책 같아 오히려 거부감만 든다. 선거 때만 청년 찾는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주거 안정과 동시에 문화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데 정치권에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청년들을 위해 대단한 것을 해주는 것처럼 홍보해서 막상 대상이 되는지 찾아보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실속 없는 정책인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표현했다.

결국 정치권이 청년 표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고 싶어 하지만, 방법을 모르고 있는 셈이다.

과거 정치권은 청년 세대에 대해서는 무심했다. ‘젊고 어릴수록 진보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진보·보수 양 진영 모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또 청년 세대의 투표율도 저조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대 초반을 전후해 청년 세대가 선거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정치권이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2011년 10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오세훈 시장의 사퇴에 따라 이뤄진 선거에서 2040세대의 압도적 지지로 무소속 박원순 시장이 선출됐다. 또 같은 해 치러진 4·27 분당을 재·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젊은 세대의 높은 지지와 투표율에 힘입어 보수 지지세가 강했던 분당을 지역구에서 반전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이에 더해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 앞서 ‘청년 비례대표 경선’ 대회를 열어 청년들의 이목을 끌었고 청년 표심의 효과를 봤다. 또 국민의힘은 전신 새누리당 시절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일명 ‘박근혜 키즈’ 이준석 전 대표와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를 비대위원으로 영입하면서 청년 정치 1세대의 막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청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마음을 잡는 법은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늉 아닌 진정 청년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 정치인인 권지웅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30일 쿠키뉴스에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불만을 품을 게 아니다. 이미 청년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절절히 호소 중”이라며 “비단 전세 사기 문제만 하더라도 피해자뿐 아니라 잠재적 피해자가 될 청년들이 많다. 이들이 안은 문제를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려고 노력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청년들의 표심을 얻고자 하면 발 벗고 나서 청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우선”이라며 “선심성 공약은 결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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