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큰 손 2030?”...현실은 남의 일 [2030세대 부동산 딜레마①]

청년들 “소득 대비 여전히 집값 높아”
부모찬스, 결혼 재테크 없이 불가능해

“부동산 큰 손 2030?”...현실은 남의 일 [2030세대 부동산 딜레마①]

최근 2030세대가 아파트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부의 금융지원 바탕으로 중저가 아파트에 젊은 층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청년들은 대출규제 완화든, 청년 금융 지원이든 집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여전히 청년들에겐 내 집 마련의 벽은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청년들에게 집값은 여전히 높아 부모의 도움이나 결혼 재테크(신혼부부 특공, 신혼부부 대출 상품)가 아니면 매수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2030이 아파트 매수요? 통계의 일반화 아닌가요”
판교에서 개발자로 근무 중인 김모(29‧여)씨는 “집을 매매한다는 말에는 좋은 집, 살고 싶은 집, 살만한 집이라는 게 내포되어 있다”며 “이런 집을 사려면 정말 최소 6억은 필요한데 평범한 회사원이 자력으로 마련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직장 때문에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한 7년차 직장인 남모(30‧여)씨는 “7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했지만 통장은 텅장이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1~2년 전에 비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건 안다”며 “지금이 집을 사야할 때라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주택 매매는 다른 나라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6년차 직장인 신모(29‧여)씨는 지금 집을 사는 2030은 원래 부유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6억대 아파트를 저가 아파트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며 “빈부격차를 더 느껴지게 만든다”고 전했다. 신씨는 “집 값 거품이 제일 심한데 빠질 것 같지 않다”며 “평생 강제로 캥거루족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지난 3월 정부의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평균 월급은 세전 252만원(실수령액 약 225만원), 청년 1인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161만원이었다. 청년도약계좌, 청년희망적금 등 정부가 청년의 목돈 마련을 위한 금융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내 집 마련을 꿈꿀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정해졌다”는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다. 

“과연 그 2030들이 자기 돈으로 아파트를 샀을까요?”
서울 양재동에서 근무 중인 김모(34)씨는 “1억 모으는 것도 몇 년이 걸리는 데 최소 6억이 넘는 서울 아파트를 부모님 지원 없이 사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학자금 대출 등 부채 상환에 꽤 시간이 걸렸다”며 “소위 말하는 부모찬스 없이는 결혼도, 내 집 마련도 아무것도 못한다”고 털어놨다.

공무원인 신모(32)씨는 새로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을 기다렸다. 월세에서 벗어나 내 집 마련을 실현할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씨는 실망했다. LTV와 DTI규제는 여전했고, 금리는 저소득층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4.5% 수준이었다. 신씨는 “대출금이 기존 3억에서 5억으로 올랐고, 50년 상황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금리도 함께 뛰었다”며 “원금균등상환하면 5억 대출 시 270만원씩 갚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의 20평대 아파트 중 정말 싼 곳이 5~6억이고, 30평대는 7~8억 수준인데 부모찬스 없이 매수한다면 50년 숨만 쉬고 살아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주택구매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제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향후 금리가 뛰면 대출금 걱정도 들어 내 집 마련 꿈은 미뤄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10년차 직장인 정모(37)씨는 2년 전 강서구에 구축 아파트를 매입했다. 부모님 도움 없이 아내와 모은 돈과 대출금을 합쳐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출금을 갚느라 정씨가 월급에서 쓸 수 있는 돈은 30~40만원에 불과하다. 정씨는 “내 집이 생기니 노후가 보장돼 안정감을 느꼈지만, 대출금을 때문에 퇴사도 못하고, 다른 일에 돈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청년의 소득 대비 높은 집값을 지적했다. 경실련 김성달 사무총장은 “집값이 내렸다, 대출이 쉬워졌다고 해도 청년 입장에서는 여전히 비싸다”며 “자기 소득으로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데, 단순히 대출을 늘린다고 해서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분양 아파트처럼 저렴한 주택은 청년들이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이런 거품 없는 주택을 정부가 제시하고, 이곳에는 소득이 적은 청년도 자가를 마련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 등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