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불안한 소비자…“원산지보다 검사 강화” [방류 초읽기②]

후쿠시마 오염수, 불안한 소비자…“원산지보다 검사 강화” [방류 초읽기②]
2021년 4월 일본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앞바다에서 세슘 검출 수산물 포획 당시 현지 NHK 보도 화면. NHK 화면 캡처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가 목전이다. 일본 당국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위한 해저 터널에 해수 주입을 완료했고 도쿄전력은 설비 시운전에 돌입했다.

오염수 방류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산물 원산지 표기 피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원전 오염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진 가운데 수입 수산물 재개 여부와 원산지 표시법 개정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2013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이후 정부는 2013년 9월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하는 수산물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매 수입 건마다 정밀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극미량의 방사능이라도 검출될 시 기타 방사능에 대한 추가핵종 검사도 요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국내에 유통되는 주요 일본산 수입 수산물의 경우 ‘수입 수산물 유통 이력 제도’를 활용해 수입부터 유통, 소매단계까지의 거래 이력을 관리하고 있다. 수입수산물 유통 이력을 기반으로 원산지 표시 집중 점검도 실시 중이다. 지난 5∼6월 해경·지자체 등과 협조해 일본산 등 국민 우려 품목을 취급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2차 전수 점검도 계획하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지난달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 내에서 잡은 우럭에서 1만8000베크렐(㏃)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식품위생법이 정한 기준치(1㎏당 100㏃)의 180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우럭은 길이 30.5㎝에 중량 384g으로, 원전 1∼4호기의 바다 쪽 방파제에 둘러싸인 해역에서 포획됐다. 이곳에서 지난 4월 잡은 쥐노래미는 1㎏당 1200베크렐의 세슘이 나오기도 했다. 도쿄전력은 해당 수역에 사는 물고기가 항만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물망을 설치했지만 원전과 거리가 있는 바다에서도 종종 세슘 함유량이 많은 생선이 어획되고 있다.

문제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재개 여부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수입 규제 장벽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와 별개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향후 상황이 변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예측이 나온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에 들어올 일이 없다”고 확언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불안한 소비자…“원산지보다 검사 강화” [방류 초읽기②]
8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는 국제 연맹 단체 관계자들이 오염수 해양투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산 멍게 수입 논란도 있다. 일본 측에서 윤 대통령에게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오며 파장이 일었다. 이에 대통령실은 멍게라는 언급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미야기현 연안에서 잡히는 멍게의 70%는 한국으로 수출돼 왔고 지금은 수입이 금지된 상태다.

그렇다고 한국에 일본산 수산물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건 아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 통계에 따르면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이후부터 일본산 어패류 수입량은 급감했으나 3만톤 정도는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수입액 기준 지난해 1억7414만 달러로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어종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 가리비(1만1970톤), 돔(5570톤), 패각(3347톤) 순이었다. 일본산 멍게도 3025톤이 국내로 수입됐다. 

해수부는 식약처의 유통단계로 나눠 이중으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등 수산물 안전성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시민단체들은 안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치적,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삼수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우려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러니 천일염 사재기도 하는 것”이라며 “방사능의 직접적인 피해가 우리나라로 온다고 대부분이 인식하고 있다. 일본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이 명확하게 확보된 상황에서 방사능 검사를 철저히 해야하는데 오히려 정부에선 괴담으로 편가르기를 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에게 안전한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지도 부족하다. 안전에 대한 명확한 정책적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계속 필요하면 중국이나 인접 국가와 연계해서라도 반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장은 “정부가 오염수 방류 반대를 주장해야 되는 때다. 원산지 이력 표시제는 방류 이후의 문제”라며 “소비자는 안전해야 안심을 하는 건데 어떻게 안전을 담보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단순히 건강에 안전하니 안심하라 라는 이야기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건 너무 약하다”고 꼬집었다.

원산지 표시제 품목 확대와 관련해선 “기존에 원산지 표시제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관리가 제대로 됐는지에 대한 부분도 검토돼야 한다”며 “일본산 수입 수산물이 원산지로 둔갑돼서 적발된 사례들도 봐야 한다. 이런 부분이 전반적으로 검토가 돼야지, 품목 확대만 한다고 제대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우려가 늘어나자 경기·인천·경남 등 일부 지자체는 수산물 원산지 표시 지도·단속 및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발표했다.  원산지표시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오는 7월부터 대상 품목도 15종에서 20종으로 확대된다. 지난해 말 원산지표지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가리비와 멍게, 방어 등이 원산지 표기 의무 품목이 됐다. 

하지만 원산지표시법 개정안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국내 수산물이 입을 피해가 더 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1월 제주연구원이 발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따른 피해조사 및 세부 대응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4%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라고 답했다.

전문가는 곧 시행되는 원산지표시법 개정안이 큰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는 “원산지 표시법 대상 품목이 확대되면 국민들 입장에선 어느 정도 안심은 되겠으나 실효성은 없다고 본다”며 “일본산 수산물 제품을 피하는데 있어선 도움이 되겠지만 방사성 물질에 대한 검색 기준을 더 엄격히 하고 기준치를 낮추는 게 안전성과 더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아니더라도 중국산이나 국내 연안에서 방사능 물질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수산물이) 어디서 들어 오냐가 아닌 제품 자체의 방사능 물질 수치를 검사해서 안전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게 맞다”고 부연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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