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덮친 주거 공포… 곳곳에 전세 사기 지뢰 [청년 전세탈출②]

2030 덮친 주거 공포… 곳곳에 전세 사기 지뢰 [청년 전세탈출②]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사진=임형택 기자

전세 포비아(전세 공포)가 전국을 덮쳤다. 인천 미추홀구에 이어 경기 동탄, 구리, 서울 은평구, 충북 세종시 등 곳곳에서 전세 사기와 역전세 사건이 발생했다. 주거 불안 적신호가 켜지자, 2030 세대는 전세 사기를 피하기 위해 전세 대신 월세로 눈을 돌렸다. 부동산 계약 경험이 없는 사회초년생들은 스스로를 지키려고 부동산 공부에 뛰어들었다.

월세, 전세, 매매… 덜 위험한 쪽으로

전세 사기 불안감에 월세 혹은 매매를 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김모(30‧여‧직장인)씨는 전세 계약 만료 후 연장 대신 월세를 택했다. 매월 전세 이자 20~30만원을 내다가, 월세 80만원(관리비 포함)을 낸다. 마음은 훨씬 편하다. 김씨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시점에 빌라 전세 사기 사건이 많이 보도됐다”라며 “걱정이 됐고 당시 집주인이 보증금으로 ‘갑질’하는 느낌이 들어서, 사기 위험이 덜 한 월세로 돌렸다”고 밝혔다.

불안감을 안고 전세를 선택하는 청년들도 있다. 내년 3월 결혼을 앞둔 이모(32‧여‧직장인)씨는 신혼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깊어졌다. 이씨는 “전세를 구하기엔 보증금 사기가 무섭고, 매매를 하자니 금액 차이가 크다”라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전세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지난주 전세 계약을 마친 박모(27‧여‧직장인)씨도 불안함이 컸다. 박씨는 “혹여나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싶어 많이 걱정됐다”며 “하지만 이자가 저렴한 청년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전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감을 덜기 위해 서류를 여러 번 확인하고, 동네 모든 부동산을 찾아다니며 대면 상담을 받았다.

전세 기피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 가능하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임대차계약 269만8922건 중 전세 계약은 129만9500건(48.1%)으로 집계됐다. 월세 계약이 139만9422건(51.9%)으로 더 많다. 월세 계약이 전세 계약보다 많아진 건 법원이 해당 통계를 공개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2030 덮친 주거 공포… 곳곳에 전세 사기 지뢰 [청년 전세탈출②]
유튜브 ‘김짠부 재태크’ 캡처


알아야 산다, 부동산 공부에 빠진 2030


최근 부동산 공부에 뛰어든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전세 사기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를 준비 중인 윤모(27‧여‧취준생)씨는 최근 부동산 스터디를 찾고 있다. 윤씨는 “자취 경험이 있지만, 부모님이 다 해주셔서 부동산 계약하는 방법 등을 전혀 모른다”라며 “전세가 위험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지식이 없어 사기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경제 공부를 마음 먹었다”라며 “고등교육까지 부동산 관련 교육을 받을 일이 없었다. 지금보다 더 체계적인 경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모(27‧여‧자영업자)씨도 유튜브로 부동산 공부를 하고 있다. 이씨는 “부동산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궁금한 게 있어도 어디 물어볼 곳이 없다”라며 “부동산에 가서 물어보는 것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은 상식이라지만, 배울 곳이 굉장히 적다”며 “유튜브에서 전세 사기당하지 않는 방법, 부동산 사기 피하는 방법을 검색해 궁금한 것들을 겨우 공부하는 정도다. 이것도 사실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2030 덮친 주거 공포… 곳곳에 전세 사기 지뢰 [청년 전세탈출②]
선구제 방식의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해자들.   사진=임형택 기자


불안한 전세 사기, 대안은 없나


전세 사기의 원인으로 고금리와 전값 하락 등 시장 변화, 그리고 역전세와 제도 허점을 파고든 일부 집주인 등이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를 완벽히 차단하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부동산은 개인과 개인의 사전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기를 당해도 정부에서 나서서 피해 금액을 물어주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사전적 대책을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집값이 내렸을 때”라며 “오를 땐 괜찮지만 내리면서 역전세, 깡통전세, 사기 등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서민 대출을 강조하다 보니 너무 많은 전세자금이 시장에 풀렸다”며 “개인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전세자금대출의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세 피해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에스크로 계좌에 주목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정부가 현재 검토 중인 에스크로 계좌제를 도입하면, 전세 사기 위험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에스크로 계좌를 활용해 전세 계약 후 약 일주일 혹은 열흘 등 입주 기간 동안 돈을 넣어놓고, 집주인 체납 사실이나 인근 아파트 시세 확인 후 집주인에게 송금하는 방식으로 하면 사기 위험 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상황에서 전세 제도를 폐지하긴 쉽지 않다고 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전세를 근거로 선진국처럼 월세가 일반화돼야 한다는 주장엔 무리가 있다”며 “전세금이 대출이 아닌 오롯이 본인 돈이면, 여전히 임차인에게 전세가 월세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에 원룸 월세가 수십만원인 상황에서 가족이 거주하는 20~30평대 주택 월세는 얼마를 받아야 하나”라며 “월세만 존재하면 월수입의 상당수가 주거비로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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