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빠진 홀덤펍… 대학·번화가 곳곳 성행 [눈 떠보니 올인①]

홀덤펍 찾는 2030대, 단순 게임 넘어 대회 참가까지
합법과 불법 사이 줄타기하는 홀덤펍

청년들이 빠진 홀덤펍… 대학·번화가 곳곳 성행 [눈 떠보니 올인①]
서울 서교동 한 홀덤펍.   사진=임지혜 기자

홀덤펍이 청년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홀덤펍은 술을 마시면서 카드 게임 등을 즐기는 형태의 주점이다. 음주운전 사고로 지난 5일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은 배우 김새론이 홀덤펍을 방문한 모습이 포착돼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 청년들이 많은 대학가와 번화가 곳곳에 홀덤펍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홍대거리에서 지도 애플리케이션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홀덤펍만 13곳이다. 지도에 등록되지 않은 매장도 있으니 훨씬 더 많은 홀덤펍이 운영 중이다. 강남 지역은 홀덤 게임이 가능한 홀덤펍, 홀덤바, 홀덤 보드카페 등이 36곳에 달한다. 신촌과 대학로 등에서도 홀덤펍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한스포츠홀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시장조사 결과 홀덤펍으로 사업자 등록한 매장이 전국 약 2800여곳으로 2년 전 1000여곳보다 크게 늘었다.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곳과 일반 음식점이나 보드게임으로 등록해 홀덤 매장을 운영하는 곳까지 포함하면 7600여곳으로 추정된다.

청년들이 빠진 홀덤펍… 대학·번화가 곳곳 성행 [눈 떠보니 올인①]
지난 2월 대한스포츠홀덤협회가 개최한 전국 대학생 홀덤 대회에 많은 청년이 참가했다. 대한스포츠홀덤협회

포커 게임의 하나인 텍사스 홀덤은 개인 카드 2장과 바닥에 깔린 5장, 총 7장을 조합해 승자를 가리는 게임이다. 국내에서 도박이란 인식이 강하지만, 오는 2028년 미국 LA 올림픽 시범 종목 채택을 고려할 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인기 많은 스포츠다. 고도의 심리전과 전술이 필요한 게임으로 상금 수백억원이 걸린 국제대회도 적지 않다. 체스나 바둑과 같이 지성을 겨루는 ‘마인드 스포츠’ 형태로 운영된다.


홀덤펍에 자주 간다는 20대 남성 A씨는 “정말 재밌다”면서 “요즘 주변 친구들이 홀덤 게임을 정말 많이 한다”고 했다. 대한스포츠홀덤협회 관계자는 “최근 방송을 통해서도 홀덤 게임이 많이 소개됐고, LA 올림픽 시범 종목으로 논의 중이란 소식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입소문이 퍼지면서 홀덤 매장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특히 청년층은 친구 따라왔다가 게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유저층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운이 아니라 자신의 액션으로 승부가 결정된다는 점이 이 스포츠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오후 4시쯤 방문한 서울 서교동 한 홀덤펍에서도 20~30대 청년들이 모여 홀덤을 하고 있었다. 8~9명으로 채워진 3개의 테이블에선 토너먼트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매장 관계자는 “대학 근처라 바이인(게임 참가비)이 크지 않다”며 “즐겁게 게임을 즐기려는 젊은 분들이 많이 온다. 더 큰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간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빠진 홀덤펍… 대학·번화가 곳곳 성행 [눈 떠보니 올인①]
지난 17일 서울 서교동 한 홀덤펍에서 홀덤 게임을 처음 접했다.   사진=임지혜 기자

홀덤에 참여하려면 일정 금액을 내고 입장료 성격의 참여권을 얻으면 된다. 이날 방문한 홀덤펍의 평일 오후 이용료는 1만원이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은 보통 5~7만원 정도다. 칩을 받아 게임을 즐기고 획득한 칩 금액에 따라 1등부터 4등까지 나눠 포인트, 시드권(대회 참가권) 등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게임을 통해 얻은 칩으로 얻은 홀덤펍 이용 포인트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술이나 음료, 음식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직접 포커 플레이어로 WFP, APL 등 국내 대회에 출전하는 이들도 있다. 홀덤펍이 많아지면서 여러 플레이어와 연습하기 좋아졌고, 온라인 게임도 많아 비용을 내지 않고도 연습해 온·오프라인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홀덤 게임만 20개가 넘는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많은 청년이 대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점점 참여율도 늘어가는 추세다. 지난 2월 협회가 개최한 대학생 대상 전국 대회에는 80여명이 참가해 장학금과 상품을 놓고 1~3등을 가렸다.

건전한 게임을 지향하는 홀덤펍과 달리, 불법 도박을 부추기는 변종 업체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게임에서 사용되는 칩을 ‘현금화’하지 않으면 불법 도박이 아닌 게임이라 여겨 처벌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칩이나 포인트를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교환하면 형법에서 규정하는 도박에 해당한다. 상금이 걸린 시드권을 오픈채팅방,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유통하는 경우도 불법이다.

사행성이 강한 변종 홀덤펍이 많아지면, 건전한 홀덤펌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협회 관계자는 “정식 등록을 하지 않고 불법 환전을 하는 매장이 아직 많다”며 “SNS나 오픈채팅 등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구축해 경기를 진행하는 경우엔 그 안에서 현금이 오고 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청년들이 사행성이 강한 변종 홀덤바를 이용하지 않아야 건전한 게임문화가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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