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vs 카카오, ‘광야’의 앞날은 [SM 지각변동②]

K팝 업계를 선도한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진통을 겪고 있다.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얼라인파트너스와 창업자 이수만의 갈등이 심화하면서다.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에 반발한 이수만은 하이브에 지분을 넘겨 후사를 도모하고 있다. 풍전등화에 놓인 SM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편집자 주>

하이브 vs 카카오, ‘광야’의 앞날은 [SM 지각변동②]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빅히트뮤직, SM엔터테인먼트

‘공룡 회사’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 얘기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SM 지분을 인수해 SM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업계에선 “누구도 견제하기 어려운 막강한 기획사가 탄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보유한 SM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한다고 10일 공시했다. 취득 예정 일자는 다음 달 6일이다. 이로써 하이브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SM 지분 9.05%를 취득한 카카오를 제치고 단숨에 SM 최대주주가 된다. 하이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액주주 지분도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매수가격은 주당 12만원으로 이 전 총괄 지분 인수가와 같은 금액이다. SM 경영권 분쟁은 이수만·하이브 연합과 SM 경영진·카카오·얼라인파트너스 동맹의 대결 구도로 치닫는 모양새다.


가요계는 다음 달로 예정된 SM 주주총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누가 경영권을 손에 넣을지 판가름 나는 자리라서다. 하이브가 주총 전까지 SM 지분을 성공적으로 확보하면 SM을 온전히 품게 된다. 이 전 총괄이 제기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도 관건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카카오의 투자가 무산되면 승리는 하이브 쪽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 반대로 카카오가 12만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소액주주 지분을 매수할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실탄’도 두둑하다.

하이브 vs 카카오, ‘광야’의 앞날은 [SM 지각변동②]
SM엔터테인먼트 건물 외관. KBS 뉴스 캡처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주주총회가 열려야 SM 앞날도 가늠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이브가 지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면 SM가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 편입될 수 있다. 이 경우,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가 발표했던 SM 3.0 비전 대신 이 전 총괄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브는 빅히트뮤직 시절이던 2019년부터 국내외 레이블을 공격적으로 인수해 왔다. 그룹 여자친구를 배출한 쏘스뮤직,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가수 지코가 차린 코즈엔터테인먼트는 물론,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속한 미국 이타카 홀딩스와 유명 힙합 레이블 QZ 미디어 홀딩스도 흡수했다.

‘초거대 기획사’의 탄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본을 앞세운 대형 기획사가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가요 관계자는 “지금도 대형 레이블들이 음반·음원·방송을 사실상 독점해 가요계 양극화가 극심하다. 이 상태에서 최강 레이블 두 곳(SM·하이브)이 합쳐지면, 글로벌 영향력은 강해지겠으나 독과점 등 압도적 영향력에 따른 문제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종가 기준 하이브와 SM 시가총액은 각각 8조763억원, 2조7307억원이다. 두 회사를 합친 규모는 약 10조8070억원으로 경쟁사 JYP 2조6020억원 YG 9813억원을 압도하는 액수다. 이 관계자는 “소속 가수와 직원의 권익 문제, 방송·미디어에 끼칠 영향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하이브 vs 카카오, ‘광야’의 앞날은 [SM 지각변동②]
10일 오후 하이브의 SM 지분 인수에 관한 키워드가 트위터 실시간 핫 트렌드를 장악했다. 트위터 캡처

팬들도 두 ‘공룡’의 만남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충성도 높은 SM 팬들의 반발이 컸다. 온라인에선 ‘SM 체면이 살지 않는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김 평론가는 “K팝 역사의 시작을 함께한 SM이 후발주자인 하이브에 인수됐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마뜩잖을 것”이라면서 “더구나 이 전 총괄의 방만한 경영 때문에 SM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이 전 총괄이 카카오와 손잡은 경영진에게 보복하듯 갑작스레 보유 지분을 넘겼기에 팬들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요계에선 “이 전 총괄이 수십 년 동안 갈고닦은 SM 고유의 DNA가 해체되는 듯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이브는 이번 SM 인수를 계기로 레이블과 플랫폼 등 모든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각오다. 소액주주들이 문제 삼은 SM 지배구조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 전 총괄은 SM과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 후 3년간 받을 수 있는 일부 수수료도 받지 않기로 했다. 반면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SM 경영진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를 반대한다”며 “카카오와 맺은 전략적 제휴는 SM 3.0 전략 실행을 가속하기 위한 것으로 경영권 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맞섰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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