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제국’이냐, ‘카카오 왕국’이냐 [SM 지각변동①]

K팝 업계를 선도한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진통을 겪고 있다.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얼라인파트너스와 창업자 이수만의 갈등이 심화하면서다.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에 반발한 이수만은 하이브에 지분을 넘겨 후사를 도모하고 있다. 풍전등화에 놓인 SM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편집자 주>

현재 SM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뜻을 모아 카카오를 끌어들인 경영진이 하이브를 등에 업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와 맞서는 상황이다. 

이들의 내분은 얼라인파트너스가 라이크기획을 문제 삼으며 발화했다. 지난해 3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SM 이익의 큰 부분이 라이크기획 인세로 빠져나간다고 지적했다. 라이크기획은 이 전 총괄이 1997년 설립한 개인 회사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압박이 거듭 이어지자 SM은 같은 해 10월 라이크기획과 프로듀싱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당시 이 전 총괄은 “물러나라는 소액주주 의견 또한 대주주로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이수만 제국’이냐, ‘카카오 왕국’이냐 [SM 지각변동①]
이성수(왼쪽), 탁영준 SM 공동 대표 이사.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 손잡고 탈 ‘이수만 왕국’ 꿈꾼 SM

SM은 이수만 없는 새 시대를 위해 준비를 이어왔다. 이들이 내건 전략은 ‘SM 3.0’. 지난 3일 이성수·탁영준 SM 공동 대표가 발표한 ‘SM 3.0’은 이수만 독점 프로듀싱 체계에서 벗어나 멀티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작센터 5개와 내·외부 레이블을 두고 각 센터와 레이블이 독립해 음악을 생산하는 형태다.

새로운 동반자로는 카카오를 택했다. 카카오는 지난 7일 SM 지분 9.05%를 가져오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인수로 237만주를 확보하는 식이다. 지분 인수 규모만 2171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는 2021년부터 SM 인수 작업에 참여해 왔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SM 인수를 통해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우회 상장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수만 제국’이냐, ‘카카오 왕국’이냐 [SM 지각변동①]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빅히트, SM엔터테인먼트

위기의 이수만, 구원투수 방시혁, 사면초가 경영진

이 전 총괄 측은 카카오의 이 같은 지분 인수가 “상법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8일 법률대리인 화우 측은 “SM은 상당한 현금 자산을 보유해 외부 투자가 필요 없다”며 투자를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같은 날 이 전 총괄은 서울동부지법에 SM을 상대로 제3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카카오가 지분 9.05%를 확보하면 이 전 총괄의 지분율이 떨어져 대주주로서 영향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커서다.

이 전 총괄의 구원투수로 나선 건 하이브다. 10일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 SM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소액주주가 보유한 SM 지분 공개매수도 실시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SM과 이 전 총괄이 지향한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했다”면서 SM 지배구조 개편에도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SM 공동대표이사와 경영진은 “모든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이수만 제국’이냐, ‘카카오 왕국’이냐 [SM 지각변동①]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 로고

다음 달이 분수령… 가처분 신청·주주총회 승자는

이수만 제국과 카카오 왕국 갈림길에 선 SM. 칼자루를 쥔 건 주주들의 표심이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와 지분 확보 여력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양측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현재 승기는 하이브에 기울어있다.

하이브의 가세로 입지가 흔들린 얼라인파트너스에겐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이 절실하다. 주주총회 전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카카오의 지분 확보 자체가 무산되고 지분율에서 하이브와 이 전 총괄 연합이 대주주로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다. 김민종, 유영진 등 일부 이사진과 컴투스 등 이 전 총괄의 우호 세력이 포진한 것 역시 현 경영진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주주총회 전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카카오가 2대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나머지 주주들의 표심을 잡는 단기 지분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개 매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측이 자본을 어느 정도 끌어오는지가 관건이다. 다음 달 초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SM의 새 방향성이 정해질 전망이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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