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관행에 반기, 성향도 천차만별 [행동주의 펀드 전성시대①]

<편집자주> 한때 ‘먹튀’ ‘기업 사냥꾼’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행동주의 펀드가 최근 자본시장 관행을 개선하는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기존 상장 기업들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서다. 

실제 국내 주식시장은 주주가치 제고 보다는 기존 지배주주 이익을 대변해 왔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이러한 반작용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물론 한계도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배주주 중심인 국내 상장기업의 구조적 한계, 높은 상속세, 상법개정안 없이는 주주가치 환원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가치 제고 보다는 주가 상승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행동주의 펀드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한계,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분석해 다뤄보도록 한다. 

시장 관행에 반기, 성향도 천차만별 [행동주의 펀드 전성시대①]
그래픽= 이승렬 디자이너

‘먹튀 오명’ 행동주의 펀드, 자본시장 관행 부수는 ‘백기사’로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국내 상장 은행지주 7곳을 대상으로 자본배치정책 및 중기 주주환원정책 도입 등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기존 은행지주의 낮은 배당성향과 주주환원으로 장부가치 대비 저평가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도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분을 매입한 뒤 △오너 일가 퇴진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2000억원 수준의 초대형 횡령 사건으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들의 주주환원 요구에 주가도 크게 요동쳤다. 주요 은행주 8개 종목을 편입한 KRX 은행지수는 지난달 31일 기준 연초 대비 12.45% 올랐다. 이 가운데 JB금융지주는 은행지수를 웃도는 28.52%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도 연초 대비 35.56% 급등했다. 

한때 ‘기업사냥꾼’이라는 비난을 듣던 행동주의 펀드가 최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백기사’로 부상한 것이다. ‘주주 행동주의’가 부상한 까닭은 △기업들의 ESG 경영 공론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토종 행동주의 활약으로 인한 먹튀 논란 해소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및 3%룰 적용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우선 국내 주식시장이 과거 보다 성숙해졌고, 과거 칼 아이컨이나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외국계 사모펀드(행동주의 펀드)가 아닌 국내 펀드 운용사가 주류라는 점도 개인 투자자들의 호응을 받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행동주의 펀드가 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됐으나 지난 2021년 법개정으로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가능해졌다. 이는 오는 3월 주주총회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입장도 변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퍼포먼스 증명한 행동주의 펀드, 성향 천차만별…한계 뚜렷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익과 운용자산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이 운용하는 ‘라이프한국기업ESG향상1호’ 사모펀드는 지난해 사모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0.9%)을 기록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새 마이너스(-) 15.69%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이익을 낸 것이다. 코스피 지수도 1년 간 9.53% 손실을 냈다. 운용자산(AUM)도 급증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운용자산도 올해 들어 급증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운용자산은 3700억원을 웃돌았다. 지난해 말 운용자산 대비 약 1500억원 이상 유입된 것이다. 

물론 행동주의 펀드라고 해서 접근방식은 조금씩 달리한다. 얼라인파트너스, 트러스트자산운용은 투자 대상 기업의 지분을 일정부분 사들여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을 요구한다. 즉 이들은 적극적인 행동주의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배당성향 확대 등을 공론화시킨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수만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위한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우호적 관점의 행동주의 투자도 있다. ‘국내 가치투자 대명사’ 이채원 의장의 라이프자산운용이 그 일례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재무제표와 밸류에이션에 의존하는 정통적인 가치투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기업과 소통하는 방식을 통한 행동주의를 표방한다. 라이프자산운용이 지향하는 행동주의는 기존의 적대적 방식의 투자가 아닌 기업과 함께 하는 동반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밖에 MBK파트너스, IMM PE(프라이빗 에쿼티)와 같은 PEF(사모투자전문회사)도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 다만 이들의 경우 우호 주주들을 결집시키기 보다는 기업의 지분을 투자해 경영권 참여, 풋옵션을 활용한 지분투자 방식으로 접근한다. 지난 2021년 IMM PE의 대한전선 매각은 성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후 매각)로 거론된다 . 대한전선의 최대주주였던 IMM PE(프라이빗 에쿼티)는 지난 2021년 4월 호반그룹과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으면서 엑시트(매각 후 차익)에 성공했다. 이는 나머지 주주인 채권단(하나·우리·농협·국민은행 등)도 재무구조가 튼실한 호반그룹이 인수하면서 성공적인 리스크 관리를 이뤘다는 평가다. 

행동주의 펀드의 활약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상법개정안 도입도 갈길이 멀고 오너 일가의 높은 상속세율도 리스크 요인이다. 현재 상법 382조 3항 ‘이사회 충실의무’에서 ‘이사는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에 수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상법 382조 3항에 명시된 내용을 ‘회사와 주주를 위해 일한다’라는 조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부 행동주의 펀드의 활약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것인지 논란거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행동주의 펀드는 고액 배당 확대 혹은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차익을 실현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며 “기업가치나 장기적인 투자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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