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날, 방어 눈을 마주쳤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①]

물고기 동물권 논란…패대기부터 사체 전시
‘식용’ 어류는 동물보호법 적용받지 못해
"인도적 도살 등 최소한의 기준 마련해야"

우리는 살아 있는 소, 돼지, 닭을 고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반면 살아 있는 물 속 척추동물들을 식용이 아니더라도 통칭해서 ‘물고기’라고 부른다. 말에는 발화자의 의도가 담겨있다.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물고기라는 말에는 이들이 단순히 식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인간중심적 생각이 담겨져 있던 건 아닐까. 쿠키뉴스가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물고기 동물권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주>

회식 날, 방어 눈을 마주쳤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①]
횟집 수조 안에 방어가 거꾸로 뒤집혀 있다.   사진=안세진 기자

회식 날이었다. 메뉴는 제철인 방어였다. 한창 술자리가 무르익을 때쯤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다. 크고 작은 수조들이 가게 앞에 여럿 있었다. 물끄러미 수조 안을 바라보다가 방어 눈을 마주쳤다. 생각보다 큰 방어 사이즈에 한 번 놀랐고, 그 큰 물고기 여러 마리가 작은 수조에 담겨 있다는 것에 또 놀랐다. 

방어들은 얼마 헤엄치다 못해 벽에 코를 찧었고 이내 방향을 틀었다. 방향 전환도 쉽지 않았다. 몇 번에 나누어 몸을 구기고 피기를 반복한 후에야 온전히 몸을 틀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얼마 안가 반대편 벽에다가 코를 ‘쿵’. 어떤 방어는 벽이라는 존재를 모르는 건지, 아니면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 코를 찧으면서도 계속해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방어뿐만이 아니었다. 수조 아래에는 도다리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그 옆 수조에는 광어 여러 마리가 한 데 얽혀 있었다. 

회식 날, 방어 눈을 마주쳤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①]
마포농수산물센터 모습.   사진=안세진 기자

마포농수산물시장을 방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죽어가는’ 방어들이었다. 얼음이 깔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방어의 몸은 온전치 않았다. 몸의 일부가 회로 떠진 상태로 진열돼 있었다. 무엇보다 방어에게는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옆 수조에는 줄돔과 도미들이 가득했다. 시장의 수조는 회식을 했던 횟집의 것보다 1.5~2배가량 큰 규모였다. 수조 안에서 물고기들은 그나마 더 자유롭고 생기가 넘쳐 보였지만, 이들의 활동량을 담기에는 여전히 부족해보였다.


물고기 한 마리당 정해진 수조 면적 등이 있느냐는 질문에 상인은 “공기주입이나 수온 유지 장치 등은 해놓지만 면적이나 규격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주말이나 사람이 많이 찾는 시기에는 해당 수조에 더 많은 물고기들이 들어가 있기도 한다”고 말했다. 횟집 사장님은 “횟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싱싱함’이다. 수조 규모가 더 크면 물고기도 더 자유롭고 싱싱해서 고객들의 관심을 더 살 수 있겠지만 임대료나 유지·관리비 등 현실적인 여건상 어렵다”고 말했다.

회식 날, 방어 눈을 마주쳤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①]
지난 8월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의 상어 포토존 마케팅과 2020년 11월 양식협회 어류 패대기 사건.   사진=커뮤니티⋅미래수산TV 캡쳐

올 한해는 해양생물 관련 동물권 논쟁이 몇 차례 있던 해였다. 가깝게는 지난 8월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상어 사체를 활용한 포토존 마케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전시된 상어의 몸에는 ‘만지면 물어요’, ‘저와 함께 사진 찰칵’ 등의 문구가 적힌 푯말이 박혀 있었고 머리와 배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캐릭터가 그려진 안내문에는 상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포토존 이용 방법이 설명돼 있었다.

또 지난 2020년 11월에는 살아있는 방어와 참돔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패대기쳐지는 사건이 있었다. 정부의 일본산 활어 수입을 반대한다는 경남어류양식협회의 집회 퍼포먼스였다. 방어와 참돔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파닥거렸다. 당시 한 동물권 단체는 협회의 이같은 행위를 명백한 동물학대로 보고 협회 관계자를 경찰에고발했지만 올해 5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식용 목적으로 관리 사육되던 어류라서 동물보호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회식 날, 방어 눈을 마주쳤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①]
시장 수족관에 전시된 어류들.   사진=안세진 기자

일련의 사건들로부터 촉발된 ‘물고기권’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횟집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44)는 “평소에 회를 즐겨 먹는다. 물고기의 경우 다른 식용 동물들과는 다르게 눈을 깜박이지 않아서 그런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이 든다”며 “불편하면 먹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씨(26)는 “회는 문제없고 수조에 갇힌 물고기들 모습에 분노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식용을 반대하지 않지만 동물들에 대한 인도적 도살 등이 가능하다면 그에 맞는 방법을 택하는 등 최소한의 기준 마련을 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다만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사회적 공론화가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장인 최모씨(32)는 “수조 안 물고기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잠깐이나마 죄책감을 느낀다”면서도 “다만 상인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식용 물고기 관련 규제를 하게 된다면 거부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규제 이전에 시민들이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사회적 노출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식 날, 방어 눈을 마주쳤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①]
한 횟집 수조에 있던 방어가 망에 걸린채 이동하고 있다.   사진=안세진 기자

현재 우리나라는 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에서 동물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정의한다. 포유류와 조류를 비롯해 파충류, 양서류, 어류를 포함한다. 다만 어류의 경우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 두족류, 갑각류 등 무척추동물은 동물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난 존재는 동물보호 대상이 아니었다.


모든 생명체에게 저마다의 삶의 목적이 있을까. 비록 인간에게 잡아먹히기 위함이 어느 생명체의 존재 이유이자 최종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그 생명체를 함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과연 인간에게 있을까. 식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공동체 생활을 위해 보다 인도적 차원에서 어획과 양식, 그리고 도살이 이뤄질 수는 없을까.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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