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핀란드처럼…정부가 ‘청년 마음’ 살펴야 [속앓는 20대④]

지자체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 올해부터 추진…아직은 걸음마 단계
“청년수요자 중심 지원 방식 필요”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냐.” 한 대학교수가 낸 책이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적이 있다. 그로부터 십 년이 훌쩍 넘었지만 우리사회가 청년의 아픔을 대하는 태도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청춘의 고민을 여전히 자연치유 될 성장통쯤으로 여긴다. 그러는 사이 마음병을 앓는 20대가 크게 늘었다. 우리사회가 청년의 심적 고통을 더 이상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곪고 있는 청년들의 상처를 세심하게 어루만져주길 희망한다. 그런 마음으로 [속앓는 20대] 4편을 준비했다. <편집자 주>

우리도 핀란드처럼…정부가 ‘청년 마음’ 살펴야 [속앓는 20대④]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청년들의 문제를 ‘취업 만능설(취업만 하면 정신건강이 나아질 것)’로 간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청년층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다차원적 서비스가 필요하다.” 올해 9월 발간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적 불안과 취업·실직·결혼 등 20대 청년들의 우울과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소들이 많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일상생활 스트레스는 청년 정신건강 위험을 심화키기는 계기가 됐다. 어느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요소들이 연결돼 있는 만큼, 그 무엇 하나를 해결한다고 쉽사리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20대 정신건강을 되살리기 위해 국가적 지원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검진 내 정신건강 분야 확대, 진료비 지원과 같은 적극적 치료 권장 제도뿐만 아니라 취업연계·생활보장·대인관계 기술 강화 등의 통합적 서비스를 지원해줄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성우 대한정신의학과의사회 의무이사는 “코로나19 등 여러 요소로 인해 젊은 세대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 치료비 지원, 건강검진 내 정신건강 영역확대, 보험업계 정신질환 차별 행위 타파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청년들이 고립된 상황을 벗어나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 좀 더 종합적이고 전인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제언했다. 

우리도 핀란드처럼…정부가 ‘청년 마음’ 살펴야 [속앓는 20대④]
국가청년사업·청년정책 프로그램 2020~2023 목표별 정책 수단.   국제사회보장리뷰 2021 가을호(핀란드 청년정책 동향)

핀란드 ‘청년법’, 일상 지원과 정신건강 지원 ‘한 번에’

일찍이 청년법을 구축하고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대인관계, 고용 등에 대해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국가가 있다. 청년법은 청년정책 관련 공공기관의 구성, 권한, 의무에 관한 내용, 청년 관련 민간단체에 대한 재정 지원, 국가 차원의 청년정책 계획 수립 등을 규정한다.

핀란드의 ‘아웃리치청년사업’은 청년법 프로그램 중 하나로, 사회와 단절된 청년을 대상으로 복지서비스, 보건의료서비스, 고용서비스, 여가서비스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와 계약을 맺고 전국 60곳에 청년문제통합서비스센터 ‘오흐야모센터’를 설치해 아웃리치청년사업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최근 오흐야모센터에서는 기존 청년정책의 초점인 고용을 벗어나 정신건강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고용 지원만을 집중했을 때 청년 자살률, 정신건강지표가 악화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핀란드 정부는 청년들의 개별 욕구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센터는 청년상담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워크숍 직원, 심리학자, 정신보건전문가, 사회보험청 직원 등이 주 1회 이상 상주하면서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고 적합한 해결책을 전달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10년 동안 2만여명의 청년들이 도움을 받았고, 80%가 만족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우리도 핀란드처럼…정부가 ‘청년 마음’ 살펴야 [속앓는 20대④]
서울 인근 동사무소. 청년을 위한 정책지원서비스 안내 브로셔를 볼 수 있다. 서비스 모집 기간동안은 해당 정보가 게시판에 붙여져 있고, 당장 모집하지 않는 지원사업은 구석 가판대에 놓여있다. 목적을 갖고 찾아보면 발견할 수 있지만 아무도 찾지 않아 먼지가 수북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국내도 올해 청년마음지원사업 시작…지자체별 중구난방 지원은 해결점

우리나라도 지난해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1년~2025년)을 세우고,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 등 5개 분야에서 청년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청년 정신건강과 관련해서는 청년정신건강 특화사업(마인드링크 등)을 통해 청년 정신질환 초기발견부터 상담, 치료까지 전 주기를 연계하고자 한다. 

사업 중 하나로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중 상담을 원하는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사전·사후 검사를 포함해 3개월간 주 1회(월 4회), 상담사가 배정돼 서비스를 받게 된다. 1년에 약 1만5000명이 본인부담금 10%만 내면 상담 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우선지원 대상(자립지원청년·정신센터 연계 청년) 10%를 제외하고서는 모두 일반청년이 지원을 받고 있다. 

아직 1년이 되지 않은 사업인 만큼 한계점도 존재한다. 지자체 예산에 따라 실시되는 만큼 지역마다 서비스 지원 대상 수와 신청마감 시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또한 정보가 부족해 다른 지원 프로그램들과의 차이를 한 눈에 알아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3차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에 참여했던 김모씨(27세)는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과 바우처사업이 다르다고 들었다. 자세한 정보가 있었으면 내 일상생활과 좀 더 잘 맞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매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나오곤 있지만 알람을 주는 것도 아니니 직접 알아봐야 한다. 기대한 서비스가 아니거나 마감 기한이 지난 뒤에 발견해 아쉬워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고 언급했다. 

서비스 간 연계가 부족해 필요한 부분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는 부분도 단점이다. 일례로 취업난으로 인해 심적 문제가 생겼을 때, 수요자는 도움을 받기 위해 상담 서비스와 일자리 지원 서비스를 따로 신청하고 시간을 2배로 투자해야 한다. 게다가 담당 행정기관·지자체별 진행시기도 다르고 선착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개인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찾아봐야 한다. 

남기웅 청년재단 홍보교류팀장은 “오늘 날의 청년문제는 과거에 비해 매우 다양한 층위의 문제들이 얽히고설켜 해결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며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조금 더 통합적으로 청년의 문제를 바라보고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정부 지자체의 청년관련 대응 주무부처 출범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고독, 고립, 은둔 등 사각지대 청년들의 문제에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기존의 복지체계에 청년을 편입시켜 지원하고자 한다는 점”이라며 “청년들에게는 정부 지자체의 지원 방식과 접근이 매우 문턱이 높으며 낙인효과 등으로 인해 거부감을 가지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들이 거부감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지원체계를 마련해 문턱을 낮추고 청년수요자 중심으로 지원 방식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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