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요” 자해하는 내 아이를 위한 빨간약 [벼랑 끝 아이들下]

현실 도피·외로움·특별해지고 싶은 욕구, 자해로 이어져
“얼마나 아팠으면 네가 상처를 냈을까” 공감 필요

SNS 속 넘치는 자해 사진, 아이들이 위험하다  [벼랑 끝 아이들上]
“살고 싶어요” 자해하는 내 아이를 위한 빨간약 [벼랑 끝 아이들下]

“살고 싶어요” 자해하는 내 아이를 위한 빨간약 [벼랑 끝 아이들下]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초등학교 고학년인데 요즘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자해하고 밤마다 울어요. 부모님에 말해야 할까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이 SNS에 자해 사진을 올리는 것 같아요”

한 포털사이트에 ‘청소년 자해’에 대해 올라온 질문들이다. 자해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그 수가 늘면서 상담센터를 찾아 극단적 선택과 자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자해가 어쩌면 벼랑 끝에서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외치는 SOS 신호일 수 있는 만큼 사회적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에 쿠키뉴스는 현장에서 실제 많은 학생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에 도움을 준 심리상담전문가 장정희 맘통합심리상담센터 센터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장 센터장은 청소년이 자해를 답답한 속마음을 표현하고 살고 싶은 욕구를 알리는 방법 중 하나로 봤다. 날카로운 흉기로 신체에 상처를 입히거나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것 뿐만 아니라 기분 전환을 위해 지독하게 매운 음식을 먹거나 술·담배를 하는 등의 행동도 일종의 자해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너무 살고 싶어요. 저를 좀 알아주세요. 좀 바라 봐 주세요”


다만 장 센터장은 아이들이 자해로 보내는 메시지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복적으로 자기 몸을 다치게 하는 행동이 계속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해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만큼 원인도 다양하다. 장 센터장은 청소년 자해 원인을 △관심 욕구 △감정 치환 △특별해지고 싶은 욕구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장 센터장은 자해함으로써 타인의 관심을 얻기 위해 자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한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자해 사진·영상을 SNS 등에 공유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장 센터장은 “서로 위로하고 공감받는 것”이라며 “(자해를) 멈춰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살고 싶어요” 자해하는 내 아이를 위한 빨간약 [벼랑 끝 아이들下]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현실 잊기 위해…특별해지고 싶어서 자해에 중독된 아이들


장 센터장은 자해의 또 다른 원인으로 감정 치환을 꼽았다. 소아·청소년 시절에는 충동조절과 감정조절을 해야 할 전전두엽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태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몸에 상처가 났을 때 뇌에서 세로토닌, 도파민 등 마약성 진통제와 비슷한 성분의 물질이 분비된다. 자해하는 순간 일시적으로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해가 중독처럼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또 다른 특징은 특별해 보이고 싶은 욕구를 가졌다는 점이다. 타인과는 다른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는 시기인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자해는 굉장히 자극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SNS 속 쏟아지는 자해 사진·영상 등은 자해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거나 호기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아팠으면” 아이의 마음 상처에 빨간약을


“얼마나 아팠으면 네가 상처를 냈을까. 네가 자신의 몸을 이렇게 했을 때 얼마나 아팠을 지 엄마는 알 것 같아. 얼마나 어디가 어떻게 아픈거니?”

장 센터장은 주변에 자해하는 아이가 있다면 먼저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야 한다고 이같이 조언했다. 관심을 갖고 아이가 자해를 하는 것을 순간 포착해 도움을 준다면 충분히 중독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는 “상당수의 학부모는 아이가 자해하는 것을 알게 되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엄마 아빠도 힘들어’란 식으로 화를 내는데, 이는 좋지 않은 방법”이라며 “아이에게 ‘얼마나 아팠으면’이란 식의 공감을 해주는 것은 빨간약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에게서 무조건 야단치는 부모, 말해도 소용없는 부모란 벽을 무너뜨려야 하는 것이다. 실제 부모가 자해 자녀를 대하는 방식과 문제가 되는 환경을 바꾼 이후 자연스럽게 자해를 멈춘 케이스도 있었다. 상담할 때 부모와 아이가 같이 상담하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장 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기질마다 다르긴 하지만, 만약에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어떤 아이들은 자해하지 않았을 거예요. 귀로만 이야기를 듣는 것과 아픔을 공감하고 마음으로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건 큰 차이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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