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넘치는 자해 사진, 내 아이가 위험하다 [벼랑 끝 아이들上]

온라인에 퍼진 극단선택·자해 유행
청소년 자해, 감정 표출 일환으로 보는 접근 ‘우려’

SNS 속 넘치는 자해 사진, 아이들이 위험하다  [벼랑 끝 아이들上]
“살아있다” 존재 이유 찾는 아이들에 필요한 것 [벼랑 끝 아이들下]

 SNS 속 넘치는 자해 사진, 내 아이가 위험하다 [벼랑 끝 아이들上]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뭘 해도 공허함이 채워지질 않아”


1시간 동안 10건. 기자가 한 소셜미디어(SNS)에서 찾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모니터링 ‘지켜줌인’에 올린 자해 사진·영상 건수다. 대부분이 게시글 속에 선생님·부모님·학교·학원 등의 단어가 포함된 청소년들의 SNS다. 

SNS에는 자해 인증샷을 올리는 청소년들의 게시물이 넘쳐난다. 스스로 몸에 상처를 낸 사진·영상과 함께 자기 자신이나 가정, 학교, 친구에 대한 불만이나 슬픔이 담긴 글이 상당수다. 

자해는 극단적 선택에 대한 의도 없이 자기 몸을 반복적으로 다치게 하는 행위다. 이같은 행동이 계속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청소년 사망 원인 중 고의적 자해(극단적 선택)가 가장 많았다.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동안 청소년 사망 원인 1위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꼽힌다. 

상담센터를 찾아 극단적 선택과 자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청소년들도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2020년 전국 238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자살·자해 지원서비스 및 상담건수는 8만7458건으로 2015년(2만2932건)에 비해 3.8배나 늘었다.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를 통한 상담 건수도 2020년 기준 7860건으로 5년 전(1456건)보다 5.4배나 증가했다. 

이같이 극단적 선택과 자해 건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에는 유튜브·SNS 등을 통한 극단적 선택·자해 문화가 확산한 것이 한몫했다. 최근 유튜브 등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표현하는 행동을 찍어 올리는 ‘나는 실패작이래(또는 나보고 실패작이래)’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SNS 속 자해 유행은 2018년 한 고등학생 래퍼가 자해 흔적을 노래로 부른 이후 폭증했다. 이후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4년이 흐른 현재 여전히 SNS에는 청소년들의 자해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SNS 속 넘치는 자해 사진, 내 아이가 위험하다 [벼랑 끝 아이들上]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청소년상담 이슈페이퍼 캡처.

특히 이런 게시물은 자해 생각이 없던 또 다른 청소년들에게도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호기심에 자해하고 상처를 입은 모습에 충격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관계자는 “(자해라는 게) 무섭고 실제 해도 될지 고민하는 아이들이 SNS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리면 ‘자해하지마’라고 막지 않는다. 오히려 ‘자해하라’고 종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자해에 대해) 몰랐던 아이들이 SNS를 통해 알게되고 (실제 자해로까지 이어져) 그 상처를 보고 우울감을 느껴서 자해하는 애들도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 자해를 단순히 아이들의 감정 표출의 일환으로 치부하는 분위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극단적 선택과 비교해 자해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해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학교 측에 상담을 요청해도 제대로 조치가 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학교에서 자해 학생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즉각 개입하지 않아 학생 부모로부터 상담 연락을 받은 상담복지센터가 역으로 학교 측에 위(Wee)클래스 상담 지원 등을 취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강원 양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나 안 괜찮아. 도와줘”란 쪽지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재학생이 숨지기 2주 전 자해했으나 일부 교사는 이야기를 듣고도 정확히 파악하거나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었다. 지난 1월 해당 학교법인은 당시 학교장에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교감과 상담 교사는 경고, 교사 2명은 견책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아이들의 1차 상담 기관 역할을 하는 위클래스는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1만2019개 초·중·고등학교 중 8059곳(67.1%)에 불과하다. 교육지원청 차원의 위센터는 206곳, 시·도 교육청 차원의 위스쿨은 15곳이다.  

자해하는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만 14세 미만의 경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을 받으려면 부모 동의가 필요한 게 현실이다.   

센터 관계자는 “만 14세 미만의 아이가 상담을 받고 싶다고 연락해오는 경우가 있다”며 “부모는 상담을 원하지 않지만 (아이 본인이) 꼭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면 상담하면서 계속 부모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한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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