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이든 사카린이든 ‘당 중독’ 이끈다[무설탕의 함정③]

설탕이든 사카린이든 ‘당 중독’ 이끈다[무설탕의 함정③]
이희정 쿠키뉴스 디자이너

인공감미료가 더 많은 당을 섭취하도록 유도한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인공감미료가 당장에 눈에 띄는 신체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혈당에 영향을 끼친다. 일상적으로 강한 단맛을 내는 식품을 즐기면, 하루 권장량으로 낼 수 있는 단맛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계속해서 더욱 단 음식을 찾는 이른바 ‘당 중독’ 상태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설탕 대체재 대표주자 사카린과 수크랄로스의 열량은 0kcal다. 하지만 이들 인공감미료의 강한 단맛에 익숙해진 사람이 입맛대로 선택한 식단의 열량은 점차 높아진다. 가령 생수를 마신 사람과 수크랄로스로 맛을 낸 제로 칼로리 음료를 마신 사람은 같은 음식을 먹어도 음식의 당도를 다르게 평가하게 된다. 제로 칼로리 음료 이외에는 칼로리가 높고 자극적인 맛이 나는 식품을 선택하게 되기 쉽다는 의미다.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낸 식품도 경계해야 한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았을 뿐 식품첨가물과 영양소는 일반적인 가공식품과 동일하게 포함되기 때문이다. 롯데제과가 출시한 무설탕 초콜릿 파이 ‘몽쉘 제로’의 영양정보는 100g당 450kcal, 당류는 0g이다. 하지만 탄수화물 48g, 지방 29g이 들어있다. 각각 하루 기준치의 15%, 54%에 해당하는 양이다. 설탕이 사용된 기존 제품인 ‘몽쉘 생크림 케이크 오리지널’ 100g당 영양정보(탄수화물 46g, 지방 34g)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른바 ‘제로슈가’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건강한 선택지로 넘겨짚기 곤란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설탕만 절제한다고 안심할 수 없는 식습관을 가졌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영양학회 등은 필수적인 탄수화물 섭취량을 100g으로 제시한다. 이는 즉석밥 300g에 들어있는 양이다. 우리나라는 대개 끼니마다 밥 1공기를 섭취한다. 다당류인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설탕과 같은 단당류로 분해된다. 규칙적인 세 끼 식사만으로 당류는 이미 충분히 섭취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제로슈가 식품은 설탕이 주는 죄책감은 해소해주지만, 탄수화물에게 뒤통수를 맞는 상황은 막아주지 못한다.

식사 후 습관적으로 단맛이 강한 간식이나 음료를 섭취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한다. 세끼 식사를 통해 이미 당을 초과 섭취한 상태에서 단맛이 강한 후식을 먹으면, 인슐린 분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혈당 조절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기 일쑤다. 이런 식습관이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돼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데, 몸이 이 호르몬에 내성이 생겨 인슐린이 분비돼도 혈당은 내려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식습관 교정이 근본적 해결책이지만, 단맛은 담배만큼 끊기 어렵다. 해외에서는 보건당국이 나서서 대국민 식습관 교정 정책을 시도한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은 학교에서 고칼로리 저영양 식품 이른바 ‘정크 푸드’를 퇴출한다는 목표로 급식으로 제공되는 식품의 품목과 당류의 함유량을 규제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필리핀 등에서는 당 함량에 따라 식품에 세금을 추가 부과하는 ‘설탕세’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의 효과성은 명확하지 않다. 사람들은 규제와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설탕 소비를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국민들은 설탕세가 붙는 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이웃한 스웨덴의 상점을 이용했다. 영국에서는 식음료 전반의 물가상승을 야기해 가공식품의 주요 소비자인 저소득층의 부담만 키웠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인공감미료와 설탕의 열량을 나타내는 숫자는 건강한 식품의 지표가 아니다. 이기영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단맛이 강한 식품은 짠맛도 강하고, 기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인공감미료와 설탕의 열량을 비교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고, 그것들이 내는 단맛으로 인해 잘못된 식습관이 잡히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몸을 움직이는 3대 에너지원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인데, 지방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종국에는 당으로 분해된다”며 “체내에서 소비되지 않고 남아도는 당은 다시 지방으로 변해 지방조직으로 몸에 축적된다”고 경고했다.

당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필수 요소다. 이혜준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당 섭취량은 2020년 기준 WHO가 권고하는 당 섭취량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식품들도 여전히 지방, 탄수화물, 나트륨 등의 성분은 적지 않게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혈당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습관은 짧은 기간 내에 바꿀 수 없고, 식단에 대한 선택권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다”며 “스스로 의식적으로 단 음식을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강조했다.

도움 =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이혜준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기영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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