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송전탑, 건강권 침해는 정말 없나 [주거와 환경]②

논란의 송전탑, 건강권 침해는 정말 없나 [주거와 환경]②
서울 구로구 온수동 대흥빌라 3동 바로 옆에 설치된 송전탑. 송전탑 주변에 ‘접근금지’, ‘감전위험’ 등의 경고표시가 붙어있다.   사진=조현지 기자 

충남 당진, 경남 밀양 등으로 대표되는 송전탑 논란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송전탑 고압 전자파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서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온수동 대흥·성원·동진빌라 주택재건축 공사는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다. 송전탑 지중화를 놓고 벌어진 갈등 때문이다. 송전탑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건강 우려도 크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아무래도 (전자파가) 어린아이와 고령층에게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다보니 싫어하는 분위기”라며 “송전탑이 지중화 되지 않으면 재건축도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지방에서도 송전탑 건설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동해안과 경기도를 연결하는 송전탑의 건설 사업 대상지인 이른바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경과대역’ 이야기다. 5년간 23번에 걸친 회의 끝에 경과지를 결정했지만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울산에서도 공공주택지구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놓고 주민과 도시공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수개월째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송전탑 인근 거주민들의 집단 발암사태가 잇달아 발생하며 논란은 확대됐다. 이른바 ‘송전탑 왕국’으로 불리는 충남 당진은 지난 1999년 765kV 선로가 지나가는 충남 당진시 석문면 교로2리 왜목마을에선 24명의 암환자가 발생해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24명의 암 발병 환자 중 한명을 제외하곤 모두 송전탑과 거리가 500m 안쪽에서 살고 있었고 거주지가 송전선로와 일치했다.

경남 밀양도 송전탑 건설 공사를 놓고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2008년 ‘신고리 원전-북경남변전소 765㎸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했고 건강에 미칠 악영향, 재산 피해 등을 우려한 주민 반발로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송전탑과 암 발병 연관성에 대한 한국전력의 공식 입장은 “관련 없음”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2013년 충남 당진 등에서 송전탑으로 인해 암이 발병했다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자계 노출에 의해 암이 진전된다는 생체작용은 밝혀진바 없다”며 “현재까지 어디에도 국제노출 가이드라인(200μT) 이하에서 건강에 영향이 있다고 국제적으로 검증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송전탑에서 나오는 고압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2년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극저주파 전자파를 2B(발암 가능성 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미국 전자방사선정책연구소 케이티 싱어 연구원이 쓴 ‘전자파 침묵의 봄’이라는 저서에도 전자파는 뇌종양, 당뇨병, 어린이 백혈병, 자폐증 등 생물학적 피해를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전자파를 환경 유해요소로 분류하고 체계적인 관리규정을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전자파 규제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파법으로 관리한다. 인체와 생태계가 아니라 통신 방해 측면에서 관리 중”이라며 “지금까지 발생한 사례들을 검토해 법을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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