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건강·행복, 지역사회 전체 나서야 [곰팡이로 얼룩진 아동주거권③]

공적 영역 아동주거권 보장 움직임 최근 시작
통계·인프라 부족...신청기준 완화·대출 등 실질지원 필요
민간 건설사·지자체도 힘 모아야

“우리집을 소개합니다”
“방 하나 지원보다 어린이 목소리에 귀를”
③ 어린이 건강·행복, 지역사회 전체 나서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랑뿐만 아니라 주변 이웃의 관심과 애정이 모두 필요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할 집이 어떤 아이들에겐 위험하고 무서운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쿠키뉴스는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와 함께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회의 역할에 대해 살펴봤다.

어린이 건강·행복, 지역사회 전체 나서야  [곰팡이로 얼룩진 아동주거권③]
사진=안세진 기자

아동주거권, 이제야 시작된 논의

공적 영역에서 아동주거권을 보장하려는 움직임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이뤄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10월 정부는 ‘아동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아동가구를 적극 발굴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5월 아동권리 NGO(비정부기구)인 굿네이버스‧초록우산어린이재단‧세이브더칠드런과 아동주거지원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업은 굿네이버스 등 NGO가 빈곤·위기에 처한 아동가구 이주수요를 찾아내면 LH가 주거지원을 해주는 식으로 이뤄진다. 신청부터 입주까지 4개월이 소요돼 신속한 지원이 어려웠다면, 협약 이후에는 2개월가량으로 지원속도가 빨라졌다. 굿네이버스의 경우 올해 기준 총 26건이 신청됐고 이중 10건에 해당하는 가구가 입주까지 완료됐다. 지역은 서울, 인천, 대구, 강원 동해시, 전북 익산시‧전주시 등 다양하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건은 5건이다. 2020년의 경우 총 8개 사례가 접수됐다. 이중 4개 곳에서 입주를 완료했다.

어린이 건강·행복, 지역사회 전체 나서야  [곰팡이로 얼룩진 아동주거권③]
사진=굿네이버스

통계‧임대주택부족 등…여전히 갈 길 멀어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우선 정확한 주거 빈곤 가구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부족하다. 현재 의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거관련 조사는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와 보건복지부 아동종합실태조사 정도다. 이마저도 5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인구주택총조사의 경우 전체 인구의 20%만을 표본으로 삼고 있어 전체 실태 파악에 한계가 있다.

굿네이버스 고완석 아동권리옹호팀장은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안전한 주거공간이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하나, 주거 빈곤 가구수를 집계하는 공식적인 통계가 없어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며 “국가 차원의 명확한 실태조사가 선행됨과 동시에 지방자치단체, NGO, 사회복지기관, 학교 등 지역사회 내에서 주거취약계층을 발굴 및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거 빈곤 가구들이 들어갈 수 있는 각 지자체별 매입임대주택의 부족도 큰 문제로 꼽힌다. 굿네이버스는 주거지원사업을 신청했으나 입주가 진행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지역 내 LH 임대주택 및 전세 부재’를 꼽았다. 고 팀장은 “주거지원대상이 되더라도 해당 지역에 입주 가능한 LH 임대주택이 없다면 6개월 간 대기 후 자격 박탈이 된다”며 “LH와 각 지자체에서 매입임대주택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청 지역으로 입주가 불가능하다면 타 지역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른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집을 마련해주는 것을 넘어서 살기 좋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굿네이버스 박정순 사업운영본부장은 “주거지원과 더불어 매입임대 주거지역 내 아동양육‧이용시설을 함께 구축해 지역 단위의 ‘아동친화 인프라’를 마련한다면 기본적인 주거권 보호는 물론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거주환경을 조성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LH와의 협약은 신청절차의 간소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청자격에 부합하지 않는 주거 빈곤 가정의 경우 지원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신청자격에 있어서 자부담금 완화 혹은 대출관련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세이브더칠드런 강슬기 국내사업1팀장은 “해당 협약을 통해 신청 받는 사례는 LH 입주예정인데 자부담금이 없거나 신청에서 이미 탈락되거나, 탈락될 위기인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입주신청 절차 축소도 필요하지만 자부담금 완화 와 대출관련 지원이 보다 실효성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가정의 지원을 위해서는 LH입주 주거지원으로 신청할 수 있는 기준을 완화하거나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건강·행복, 지역사회 전체 나서야  [곰팡이로 얼룩진 아동주거권③]
사진=안세진 기자

민간사‧지자체와의 적극적 협업도 필요

민간 건설사와 지자체와의 적극적인 협업 또한 필요해 보인다. 민간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사업 발굴을 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자체와 협업을 진행한다면 이런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일례로 현대건설은 올해 경기도 하남시와 대구시와 협약을 맺고 집수리 등 주거지원사업을 진행해왔다. 하남시와 함께 한 ‘집수리 하남’의 경우 시가 집수리 대상가구 발굴과 선정하면, 현대건설은 무상 집수리를 위한 인력과 자재 등을 지원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사업장 인근에 위치한 현장 중심으로 이 같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취약한 주거환경에 있는 이웃을 돕는 지원 사업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지자체나 건설사에서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건축이나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고완석 팀장은 “종종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타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놀이터 이용 제한 등의 차별이 이슈가 되곤 한다”면서 “건설사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도로, 사회복지기관, 학교 등 인프라를 조성할 때 입주자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그런 건축물을 만들 수 있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어린이 건강·행복, 지역사회 전체 나서야  [곰팡이로 얼룩진 아동주거권③]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