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런 영화를 만든 거야 [이터널스 길라잡이③]

누가 이런 영화를 만든 거야 [이터널스 길라잡이③]
클로이 자오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얼마만의 혹평인가. 마블 스튜디오는 내놓는 작품마다 연이어 극찬을 받아왔다. 어느 새 마블의 새 영화가 재밌을 거란 기대는 당연한 것이 됐다. 그랬던 루틴이 깨졌다. 지난 3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에 실망감을 나타내는 관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듄’(감독 드니 빌뇌브)이 CGV 실관람평지수 91%(11월5일 기준)인데 반해, ‘이터널스’는 76%에 그쳤다. 해외 관객들이 평가를 기록하는 로튼토마토에서도 역대 마블 영화 중 가장 낮은 점수가 나왔다. 동시에 지금까지 마블에서 본 적 없는 스타일을 높이 평가하는 반응도 나온다. 대체 어떤 영화기에, 누가 만들었기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여러모로 마블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된 클로이 자오 감독을 여러 각도로 들여다봤다.

△ 그의 수상 경력

클로이 자오 감독을 소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미국에서 열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감독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클로이 자오가 연출한 자신의 세 번째 영화 ‘노매드랜드’는 아카데미 시상식 3관왕뿐 아니라,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골든글로브 작품상·감독상 등 수많은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쓸어 담은 작품이다. 이 영화가 받은 상만 232개에 달한다. 현재 세계에서,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이 클로이 자오다. 클로이 자오는 ‘노매드랜드’ 제작 전 이미 마블로부터 ‘이터널스’ 감독으로 내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이런 영화를 만든 거야 [이터널스 길라잡이③]
영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그의 전작


클로이 자오의 장편 데뷔작은 2015년 개봉한 ‘내 형제가 가르쳐준 노래’다. 이후 ‘로데오 카우보이’, ‘노매드랜드’까지 ‘이터널스’ 개봉 전 세 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내 형제가 가르쳐준 노래’는 소수 민족의 삶을 그렸고, ‘로데오 카우보이’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카우보이의 이야기다. 기업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한 후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노매드랜드’까지 클로이 자오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인물의 삶과 정체성을 남다른 시선으로 포착해왔다. ‘내 형제가 가르쳐준 노래’는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및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올랐고, ‘로데오 카우보이’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국제 예술영화관 연맹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사랑받았다.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내는 특유의 형식과 자연을 아름답게 담아내는 영상미, 비전문 배우를 선호하는 점도 그의 특징이다.

△ 그의 마블 입성

‘이터널스’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이후 새롭게 펼쳐지는 마블 스튜디오 페이즈 4의 핵심 작품으로 꼽힌다. 개봉 순서는 ‘블랙 위도우’(감독 케이트 쇼트랜드)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감독 데스틴 크리튼)이 빨랐지만,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는 건 ‘이터널스’다. 클로이 자오는 ‘이터널스’ 연출을 맡은 동시에 페이즈 4의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클로이 자오에 대해 “우리가 원하는 다양성과 스케일, 대서사를 전부 담아내 줄 감독”이라며 “‘이터널스’는 MCU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작품이다.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씨네21에서 조성희 감독이 진행한 인터뷰에서 클로이 자오는 마블 합류 전 케빈 파이기 앞에서 모래알 사진을 보여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우주에 대해 이야기할 아이디어는 어쩌면 이 행성 가장 작은 것에서 나올 수 있다”며 모래알을 확대해 보면 각각의 색과 모양이 다르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는 ‘이터널스’가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누가 이런 영화를 만든 거야 [이터널스 길라잡이③]
클로이 자오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그의 목소리

클로이 자오 감독은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터널스’를 이해하는 몇 가지 단서를 던졌다. 그는 잭 커비가 1976년 처음 탄생시킨 원작 만화의 내용 중 ‘불멸의 히어로’라는 설정에서 이들이 필연적으로 갖고 있는 존재론적 물음을 발견했다. 타노스 이후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좋은 접근 방법이었고 마블도 마음에 들어 했다. ‘노매드랜드’가 인물과 관계, 주변 환경을 주로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반면, ‘이터널스’는 서로 맞지 않는 특이한 가족 가까이에서 물음을 던지는 구성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이터널스’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겸손이었다. 드루이그와 테나가 우주선 도모 내부에서 이야기하는 장면 뒤편에 있는 ‘해변의 수도승’ 그림을 언급하며, 자연의 거대함 앞에서 인류가 느끼는 겸손함에 대한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스스로 신이라 생각하며 자연과 별개로 계속 발전하려고 하는 대신,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지구가 우리에게 무엇을 줬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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