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믿고 따라오개”…시각장애인 안내견 보행 체험 [해봤더니]

“나만 믿고 따라오개”…시각장애인 안내견 보행 체험 [해봤더니]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함께 걷는 길’ 시각장애인 안내견 인식개선 문화행사에서 기자가 직접 안대를 쓰고 보행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이예솔 기자

안대로 눈을 가리고 공터 한가운데 서자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두려움이 몰려왔다. 낯선 공간에 놓인 시각장애인의 시각이다. 안내견과 함께 다섯 발자국쯤 걷자, 진땀이 났다. 빛 한 점 없는 완전한 암흑 속에서 오로지 안내견과 연결된 하네스에만 의존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함께 걷는 길’ 시각장애인 안내견 인식개선 문화행사가 열렸다. 서울특별시교육청 특수교육과,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는 학생과 선생님 등 총 100여명이 참석했다. 시각장애인 교사, 비장애인학생과 함께하는 토크쇼와 안내견 보행 실외 체험이 진행됐다.

비장애인 참석자들은 직접 눈을 가리고 보행 체험을 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앴다. 하네스를 손에 쥐고 “가자”고 말하자 안내견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정해진 코스를 함께 천천히 걸었다. 잔뜩 긴장해서인지 실제보다 훨씬 빠른 속도처럼 느껴졌다. ‘오른쪽으로 돌다가 안내견 꼬리를 밟으면 어떡하지’ ‘똑바로 걷고 있는 건 맞는지’ 방향감을 상실한 채 오만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


생애 첫 보행 체험이 끝나자, 안내견학교 교사는 “평소보다 훨씬 더, 아주 천천히 걸었습니다”며 “‘잘했다’고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라”고 말했다. 이날 보행 체험에 참여한 참석자들은 하네스를 잡은 채 나아가기 두려운 듯 멈칫하다가 이내 안내견에 의지해 한발씩 내디뎠다.

초등학교 6학년 방하람군은 “처음 눈을 가렸을 때 넘어질 것 같고 무서웠다”면서도 “안내견이 잘 리드를 해줘 믿고 걸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각장애인은 지팡이를 들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을 것만 같았는데, 이 행사로 비장애인과 차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쪽에는 포토존도 마련됐다. 사진 모델을 맡은 안내견은 참석자들이 옆에 앉아 어깨동무를 하면 귀여운 표정을 짓는 능숙함까지 갖췄다. 참석자들은 ‘안내견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264만1896명이다. 이중 시각장애인의 비율은 약 9.4%다. 그럼에도 시각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점자블록은 사라져가는 추세다. 전동킥보드로 인해 안내견과의 통행도 어려울 때가 있다.

생후 2개월에 시각을 잃은 윤서향 중계중학교 교사는 “어딜 가든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이 보이는 사회였음 좋겠다”며 “안내견이 보행하고 있다면 눈으로만 봐 달라. 만질 때도 허락을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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