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없이 간섭만? 하이브 레이블 체제 맹점은

협업 없이 간섭만? 하이브 레이블 체제 맹점은
하이브 사옥. 사진=박효상 기자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이 불거지며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제도의 한계점이 제기된다.

현재 하이브는 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이자 모태가 된 빅히트뮤직(BTS·TXT 소속)을 필두로 빌리프랩(엔하이픈·아일릿 소속), 쏘스뮤직(르세라핌 소속), 어도어(뉴진스 소속), 플레디스(세븐틴·투어스 소속), 코즈엔터테인먼트(지코·보이넥스트도어)와 해외 레이블 이타카홀딩스, 빅머신레이블, QC미디어홀딩스, 엑자일뮤직, 네이코까지 총 11개 레이블을 산하에 두고 있다. 각 레이블이 기존 소속사와 마찬가지로 아티스트 기획 및 제작을 총괄하고 하이브가 홍보를 비롯해 기타 수반 업무를 맡는다.

멀티 레이블로 ‘하이브 왕국’ 세웠지만…


하이브는 이미 존재하던 회사를 사들여 멀티 레이블 체제를 만들었다. 회사 내에서 담당 아티스트를 나눠 본부제와 센터제를 구축한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와 상이하다. 대표 프로듀서 체제로 출범한 JYP, SM과 달리 하이브는 각 회사를 연합체로 구성해 수직 계열화했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운영 방식은 워너뮤직과 유니버설뮤직 등 미국 음반사 형태와 유사하다. 당초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다양한 그룹 포트폴리오를 갖추겠다는 취지를 갖고 이 같은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멀티 레이블은 구조적으론 견고하다. 한 레이블이 아쉬운 성과를 내더라도 타 레이블에 기대며 수익 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어서다. 하이브 역시 방탄소년단에 매출이 치우쳐 있었으나,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를 인수해 방탄소년단의 공백으로 발생한 손실을 보전했다. 레이블로서도 하이브라는 거대 자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협업 없이 간섭만? 하이브 레이블 체제 맹점은
지난 25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뉴진스 데뷔 당시 르세라핌과 홍보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하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모습. 사진=김예슬 기자 

수직 계열화로 꾸린 멀티 레이블의 함정

그렇다면 이점만 있는 듯한 멀티 레이블 구조가 왜 현재 하이브에 독이 된 걸까. 해답은 아이돌 위주인 K팝 산업군에 있다. 레이블마다 특색이 달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가요계는 아이돌 그룹이 산업 전반을 지탱한다. 협업보다 경쟁 구도가 우선하는 이유다. 하이브에서 데뷔한 세 걸그룹이 대표적이다. 2022년 5월 쏘스뮤직이 르세라핌을 데뷔시킨 데 이어 두 달 만에 어도어에서 뉴진스를 선보였다. 올해에는 빌리프랩에서 신인 그룹 아일릿을 내놨다. 타 기획사의 통상적인 신인 론칭 기간보다 훨씬 짧다 보니 연대보다 경쟁이 자연히 앞선다. 이 과정에서 기존 그룹의 성공 공식을 따오기도 한다. 민희진 대표 역시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뉴진스와 르세라핌의 홍보 문제와 아일릿의 뉴진스 포뮬라(공식) 카피 등을 문제 삼았다.

모기업이 지나친 영향력을 발휘해 레이블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것 역시 문제다. 어도어가 지난 2일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민희진 대표는 지난 1월25일 박지원 하이브 대표와 대면 미팅에서 외부 용역사 선정과 전속 계약을 포함한 중요 계약 체결에 관해 대표 권한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레이블마다 별도로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제작에 수반되는 일들은 모회사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것이다. 겉보기엔 독립 레이블이지만 사실상 모기업에 모든 사안이 종속된 형태다.

협업 없이 간섭만? 하이브 레이블 체제 맹점은
하이브 사옥 외관. 쿠키뉴스 DB

맹점 품은 하이브 지배구조… 가요계·전문가 ‘우려’

가요계에서는 하이브만의 독특한 멀티 레이블 체제에 우려를 내놨다. 방탄소년단과 방시혁 의장이라는 막강한 내부 구성원이 있다 보니 자연히 수직 계열화가 이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3일 쿠키뉴스에 “멀티 레이블이지만 사실상 대표 프로듀서가 있는 것처럼 비치다 보니 내부에서 권력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른 관계자 역시 “실무자 입장에선 타 레이블과 비교해 성과 압박을 느끼면서도 회사의 주요 입김이 닿은 그룹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하이브의 지배구조가 필연적으로 이 같은 갈등을 야기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연 문화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2일 ‘하이브-어도어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하이브라는 지배구조 안에서 각 레이블이 수직 계열화된 게 문제”라며 “산하 레이블의 계약상 독립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종속되도록 지배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심희철 동아방송예술대학 엔터테인먼트경영과 교수는 3일 EBS와 나눈 대담에서 “하이브의 컨트롤 타워 역할과 어도어의 독립 경영이라는 가치가 충돌한 것”이라고 짚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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