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패널티 완화? “2자녀도 청약은 ‘그림의 떡’”

국토부, 청약제도 개편안 발표
전문가 “청약 훈풍 기대 어려워”

결혼 패널티 완화? “2자녀도 청약은 ‘그림의 떡’”
디자인=이승렬 디자이너

“청약 결혼 메리트요? 현실은 애 없는 신혼부부에게 청약은 그림의 떡이에요.”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 방안이 ‘결혼 패널티’를 줄이는 데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만난 한 신혼부부는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 방안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주택 청약 시 결혼에 따른 불이익을 해소하고 출산 가구가 더 많은 내 집 마련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한 게 주요 내용이다.


기존 부부 중복 당첨 시 부적격 판단에서 먼저 신청한 청약은 유효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배우자가 혼인신고 전에 청약 당첨과 주택을 소유한 이력이 있어도 청약대상자 본인은 주택청약을 할 수 있게 개선됐다. 기존에는 신혼부부 특별공급(특공)에서 배우자 당첨 이력이 있는 경우, 생애 최초 특공에서 배우자 당첨이력 또는 주택 소유 이력이 있는 경우는 청약 신청이 불가능했다.

소득 기준과 다자녀 기준도 완화됐다. 기존 공공주택 특별공급에서 맞벌이 부부는 합산 연소득 약 1억2000만원까지 신청이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약 1억6000만원까지 늘어났다. 다자녀 기준도 완화된다. 민영주택과 공공주택 다자녀 특별공급에서 다자녀 기준은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완화한다.

국토부는 기존 ‘결혼 패널티’로 불리던 청약이 이제는 ‘결혼 메리트’로 변화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막상 신혼부부들의 반응은 차갑다. 청약 제도 개편에도 혼인신고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루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결혼한 A씨는 “결혼 페널티가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청약이 당첨돼도 대출이 문제”라며 “청약 희망이 생겨도 대출 희망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혼인신고를 미루고 필요하다 생각될 때 할 것”이라 밝혔다. 1년 차 신혼부부 B씨도 “웬만하면 혼인신고 안 하는 게 다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이른 혼인신고를 후회하는 부부도 있었다. 7년 전 혼인신고를 했다는 C씨는 “전세대출 이용을 위해 혼인신고를 했는데 애를 낳아도 청약 당첨은 여전히 어렵고 신혼부부 인정 기간이 끝나간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청약을 생각한다면 혼인신고를 늦게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3자녀 이상 인정해 주던 다자녀도 2자녀로 기준을 완화했으나 혜택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2자녀를 둔 김모씨는 “생애 최초 청약에서 계속 떨어지는 중인데 제도 개편으로 다자녀로도 지원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도 “2자녀인 사람도 많아 청약 당첨은 그림의 떡처럼 느껴진다”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청약제도 개편으로 조건이 완화된 것은 맞으나 청약시장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청약을 하려면 일단 분양에 대한 욕구가 있어야 구매 방법을 고려하게 되는 것”이라면서도 “구매 능력차원에서는 제도 완화가 도움은 되겠다만 애초에 구매 욕구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청약을 고려하던 신혼부부들에게는 확률이 높아지니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제도 개선으로 인해 급작스러운 청약 증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신혼부부와 출산가구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해당하지 않는 청년들이 소외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재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청약 개편안은 자녀가 있는 가구를 지원하는 목표로 보인다”라면서도 “청년층도 미혼, 비혼, 딩크족 등 다양하게 나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체감하긴 어려운 개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혼부부가 아닌 다자녀 부부, 딩크족 등 새로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신혼부부, 다자녀 부부들의 청약 경쟁률은 더 심화될 것”이라 진단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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