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왜 안 오냐” “갑자기 웬 파업”…멈춰선 서울, 출근길 대혼란 [르포]

“버스 왜 안 오냐” “갑자기 웬 파업”…멈춰선 서울, 출근길 대혼란 [르포]
서울시내버스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28일 서울 성북구의 한 버스정류장에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유민지 기자

“버스가 오는 거야, 마는 거야?”

28일 오전 8시20분 비 오는 출근길, 서울 성북구 미아리고개 인근 버스정류장은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볐다. 이날 오전 4시부터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이후 정류장 앞에 서는 버스를 찾기 어려웠다. 버스 도착 예정 시각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차고지’라는 문구만 떠 있을 뿐이다.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과 길음역 사이에 위치해 대다수가 출근길 버스를 이용해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는 시민들이었다. 시민들 사이에선 “언제 버스가 오느냐” “파업하는지도 몰랐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야 버스 파업 사실을 알게 됐다는 한 시민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지하철 타고 출근하라”고 전했다. 기다림에 지친 몇몇 시민들은 10분 거리의 지하철역으로 급히 발길을 돌렸다.


서울시는 비상수속대책을 가동, 지하철 연계를 위한 무료 셔틀버스를 투입한다고 했지만 30분 동안 단 한 대의 셔틀버스도 지나가지 않았다. 지각이 걱정된 일부 시민들은 공항버스 기사를 붙잡고 “안국역까지만 가달라”고 부탁해 급히 올라타기도 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시민들은 더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대병원 진료를 위해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70대 주민 A씨는 하염없이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기자가 버스 파업 사실을 알리고 나서야 “그럼 병원은 어떻게 가야하느냐”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60대 주민 B씨도 “버스 파업을 몰랐다. 종로까지 어떻게 가야하느냐”며 “30분째 버스를 기다리는데 올 기미가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

“버스 왜 안 오냐” “갑자기 웬 파업”…멈춰선 서울, 출근길 대혼란 [르포]
12년 만의 서울 시내버스 파업. 사진=유민지 기자

버스 파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서울 신촌에서 만난 최모(27)씨는 “버스 파업 소식을 듣고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다”며 “오늘만 (버스 파업)하는 것 맞느냐”고 되물었다. ‘무기한 파업’이란 말에 최씨는 “한동안 고생하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로에 버스는 보이지 않았지만 자차와 택시를 이용한 출근길 차량들로 정체가 심했다. 직장인 김모(39)씨는 “출근길에 택시와 자차로 출근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평소 1시간 걸리는 출근길인데 오늘은 1시간40분이나 걸렸다. 내일도 걱정”이라고 했다.

12년 만의 서울시내버스노조 파업으로 이날 서울 시내버스 총 7382대 중 7210대가 운행을 멈췄다. 약 97.6%가 운행을 중단하는 것이다. 10대 중 1대도 채 운행되지 않아 사실상 버스 타기가 불가능한 상태다.

서울시도 분주하게 시내버스 파업 대응에 나섰다. 서울 25개 자치구는 지하철 출퇴근 연계를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키로 했다.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하철역까지 이동이 연계될 수 있도록 119개 노선에 480대가 투입한다.

서울 전역에서 총 4959회 운행되는 셔틀버스는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7~9시, 오후 5~7시 집중배차 된다. 지하철은 하루 운행 횟수를 총 202회 늘린다. 출퇴근 지하철 주요 혼잡시간은 각각 오전 7시부터 10시, 오후 6시부터 9시로 조정해 열차 투입을 확대한다. 막차도 종착역 기준 일일 새벽 2시까지 연장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버스 파업으로 시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노사 간 양보와 적극적인 협상으로 대중교통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한 타결을 바란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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