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전자책 구매…전문성 검증도, 환불도 어려워 [쿠키청년기자단]

위험한 전자책 구매…전문성 검증도, 환불도 어려워 [쿠키청년기자단]
자신의 전자책 PDF를 홍보하고 있는 SNS 숏폼 영상들. SNS 캡처

# 박정찬(29·직장인)씨는 최근 SNS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쓴 전자책을 여러 권 구매했다. 마케팅, 자기 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간편하게 전자책으로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화려한 이력과 유명세를 믿고 약 50만원을 들여 구매했지만, 책을 받아본 박씨는 분노했다. 박씨는 “검증되지 않는 내용과 신빙성 없는 이야기로 가득했다”라며 “조금만 생각하고 검색하면 알 법한 당연한 이야기들이었다”고 털어놨다.

# 김은희(22·대학생)씨는 ‘5주 만에 창업하기’라는 문구에 이끌려 한 SNS 인플루언서가 출간한 수공예 휴대폰 케이스 창업 비법이 담긴 전자책을 구매했다. 일반 책보다 훨씬 비싼 5만원 정도의 가격이었지만, 현직자가 제공해준다는 ‘제작 업체 리스트’가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김씨는 “제작 업체 리스트는 엑셀 파일로 다섯 개 정도 오는 게 전부였다”라며 “카드 결제는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고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문 저자가 아닌 누구나 전자책을 출간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일부 전자책 품질이 크게 떨어져 사기에 가깝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투자, 창업,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성공 비법을 담은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다.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 부크크, 크몽 등에서 판매하기도 하지만, 계좌이체를 통해 직접 전자책 PDF 파일을 메일로 보내주기도 한다. 1만원 정도로 저렴한 책부터 50만 원이 훌쩍 넘는 책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전자책 구매자가 인플루언서에게 직접 질문하거나 상담할 수 있는 추가 옵션을 포함해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높은 가격대에 비해 전자책의 완성도나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점이 문제다. 먼저 독자가 신뢰할 만한 전문성을 검증받지 않은 저자도 전자책을 출간하고 있다. 한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에서 전자책을 출간하려면 ‘1분 전문가 등록’이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력과 학력을 입력하고 증빙 자료만 첨부하면 담당자가 검토 후 확인 마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증빙 자료 첨부는 ‘선택 사항’이고, 첨부 가능한 자료는 ‘국민연금 가입증명서, 재직/경력증명서’로 제한돼 있다. 정작 중요한 경력 사항은 검증하지 못한 채 ‘전문가’로 등록될 수 있다.

책의 완성도와 품질을 까다롭게 검증하고 책임지는 출판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과정이 없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도서의 매출이 회사 매출 및 명성에 직결되므로 원고의 질 관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필부터 편집과 홍보까지 모든 권한이 저자의 손에서 이뤄지는 PDF 전자책은 개인이 책임지는 구조다. 반대로 책임지지 않는 것 역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이 점을 악용해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 홍보에 집중하는 이들이 많다. ‘20대 1억 모으기’, ‘내가 OO살에 외제차를 살 수 있었던 이유’ 등 자극적인 문구로 숏폼 영상을 제작해 자신의 전자책을 홍보하는 식이다.

위험한 전자책 구매…전문성 검증도, 환불도 어려워 [쿠키청년기자단]
한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에서 5~1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전자책들

구매한 전자책의 내용이 부실하고 기대에 못 미쳐도 환불받을 방법이 없는 점 역시 문제다. 대부분 전자책 판매 플랫폼에선 책 구매 이후 환불이 불가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자책 서비스는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에서 규정하는 디지털콘텐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전자책·템플릿 서비스는 구매와 동시에 자료가 발송되는 형태로, 구매 즉시 콘텐츠의 제공이 개시되는 것으로 본다.

옵션으로 구매한 저자와 상담이나 질문 등의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전자책 판매 플랫폼엔 전자책·템플릿 자료와 별도로 용역 서비스를 패키지나 추가 옵션으로 판매하는 경우 환불 규정과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부분 취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구매 7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구매 확정’ 상태가 되고, 그 이후엔 플랫폼 자체에서 분쟁 조정이 어려워 콘텐츠 분쟁위원회 등 외부 기관으로 찾아가게끔 안내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우 형사상 책임을 물으려면 책 판매자가 사기의 고의, 즉 기망행위가 있었는지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해당 책 구매 조건에 ‘상담 시기 및 답변 방식’ 등 어떠한 조건으로 판매된 것인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전자책 구매 조건엔 정확한 상담 시간이나 상담 방식, 질문에 대한 답변 시기 등은 자세히 적혀있지 않아 이 또한 입증이 어렵다. 인플루언서의 SNS를 통해 전자책 PDF 파일을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는 환불받기가 더 힘들다.

김환기 변호사는 “전자책을 구매하기 전 실제 후기를 최대한 찾아보며 신중히 구매해야 한다”라며 “구매 후 기망행위 등을 이유로 매매 계약을 취소한 후 구매 대금을 반환받으려면, 매매 과정에서 주고받은 이메일과 메시지 등을 잘 보관하는 등 기망행위를 증명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자책 품질 문제를 방지하려면 법적 규제보다 후기 공유 사이트 개설 등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위한 소비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예은 쿠키청년기자 gcda__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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