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탄원서 낸 의대생·학장들…“의대 증원 집행정지 인용해달라”

의대협 “의학 교육 현장 전혀 고려하지 않아”
KAMC “2000명 늘리면 의학 교육 질 저하”
서울고법, 10일까지 정부에 회의록 제출 요구

법원에 탄원서 낸 의대생·학장들…“의대 증원 집행정지 인용해달라”
지난 3월18일 신학기를 맞았지만 학생들의 집단 휴학으로 강의를 열지 못한 서울의 한 의과대학.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국 의과대학 학장들과 학생들이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근거 자료를 요구한 법원에 증원 관련 절차와 근거를 신중히 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고등법원은 의대생, 전공의,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을 심리하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10일까지 의대 증원 관련 회의록 등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의학 교육 현장에선 정부의 증원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의대생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에 의대생 1만3645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의대협은 탄원서를 통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추진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의대 증원으로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대협은 “정부의 의대 증원은 의학 교육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며, 양질의 교육을 어떻게 유지하고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설득 없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한 명의 의대생을 위해 교수, 환자, 인프라, 기자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준비는 없으며 정부는 믿으라는 말만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도 8일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정원 2000명을 늘리면 의학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 2018년 폐교한 서남의대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AMC는 “폐교된 서남의대 학생들을 받아 교육했던 전북대에서 정부 예산을 확보하는 데 3년이 걸렸다”며 “학생 정원이 100명 늘면 최소 250억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는 국립대 의대에만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며 사립대는 재단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 규모 결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단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며 과학적 근거로 3편의 보고서를 제시했는데 3편의 연구는 보건의료서비스 수요 변화, 의사인력 적정성, 전공의 정원 판단 등을 위한 연구용역으로 의대 입학 정원을 산출하기 위한 연구는 아니었단 것이다.

KAMC는 “3편의 연구는 어떤 가정을 취하느냐에 따라 의사 수는 부족 혹은 과잉되기도 하며 그 폭이 수천명씩 변한다”면서 “오차를 인정하지 않고 2000이라는 단일 수치를 유일한 참값으로 주장하는 것은 과학의 기본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적정 입학 정원을 책정하려면 처음부터 그 자체를 목표로 한 연구를 별도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라고 짚었다.

2025학년도 정원을 동결한 이후 의료계와 정부 간 협의를 거쳐 2026학년도 정원부터 점진적으로 증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KAMC는 앞서 2025학년도 입학 정원 증원 규모로 350명이 적당하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KAMC는 “단 한 명의 증원도 안 된다는 입장은 아니다”라면서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준다면 학장들은 강의실을 떠난 학생들의 휴학계를 반려하고 최대한 설득해 강의실로 복귀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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