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쓰면 억대 연봉?…“월 100만원도 어려워요” [쿠키청년기자단]

웹소설 쓰면 억대 연봉?…“월 100만원도 어려워요” [쿠키청년기자단]
사진=박은지 쿠키청년기자

# 김가현(33·가명)씨는 2013년 취미로 웹소설 연재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메이저 플랫폼에서 장기간 1위도 했다. 2년 전 전업 작가로 전직한 이후 매일 8000자 원고를 8시간 동안 작성했다. 하지만 전업 1년차 수익은 총 100여만원에 불과했다. 이후 완결작을 5개 정도 더 출간한 후에야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김씨는 “만약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으로 웹소설을 쓰겠다는 지인이 있으면 말리고 싶다”라며 “대다수 작가는 절대 웹소설 전업만으로 생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 성공한 웹소설 작가가 나타나며 이를 지망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신규 작가로 시장에 진입해 성공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웹소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웹소설 작가로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웹소설 작법을 알려주는 책과 사설 학원도 늘어나고 있다. 웹소설 강좌를 홍보하는 학원에선 “수천, 수억대의 연봉도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출판사 및 플랫폼과 연계해 수강생들에게 출판 기회를 제공한다고 홍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웹소설 작가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현실 간의 차이를 지적했다. 가장 큰 차이는 수입이다. 웹소설 작가들은 “매체에 노출되는 고수익 작가는 극소수”라며 “대부분 작가는 월 100만원을 버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2 웹소설 분야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소설 작품당 5000만원 이상의 고액 원고료를 받는 작가는 전체의 4%에 불과했다. 또 웹소설 창작자들의 한 해 총수입은 평균 3487만원이지만, 이 중 웹소설 연재로 번 수익은 46.1%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 이상은 연재가 아닌 다른 경제 활동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웹소설 쓰면 억대 연봉?…“월 100만원도 어려워요” [쿠키청년기자단]
웹소설 작업 기간을 고려할 때 평균 작품당 원고료가 낮은 편임을 알 수 있다. 그래픽=박은지 쿠키청년기자

호황 지나 안정화 단계…“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웹소설 작가들은 대체로 2018~2021년을 웹소설 호황기로 본다. 하지만 2022년부터 웹소설 시장이 레드 오션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방송작가 출신으로 6년 전부터 육아를 하며 부업으로 웹소설을 썼다는 정모씨(39)는 “겉으로 보기엔 웹소설 시장이 커졌지만, 실제로는 시장이 분할되어 있다”라며 “플랫폼마다 독자층이나 수요 장르가 달라서 작품에 따라 성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 말처럼 웹소설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듯 보이지만, 코로나19 종결 이후 안정화에 접어드는 추세다. 2022년 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에 따르면 주요 만화·웹툰·웹소설 출판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6.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8.7% 감소했다. 모바일 인덱스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주요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의 MAU(월이용자수)또한 2022년 519만4019명에서 지난해 484만9301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 네이버 시리즈의 MAU 또한 전년 대비 상대적으로 소폭 증가(약 2만명)했다.

홍석인 청강문화산업대 웹소설학과 교수는 웹소설 시장의 현 상황을 “코로나19 이후 확장되던 웹소설 산업이 축소되고 있는 단계”라고 평했다. 홍 교수는 “웹소설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정화 시기에는 인기 작품이 좀 더 잘 팔리고, 신인 작가들은 데뷔가 좀 더 어려워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고 짚었다.

웹소설 쓰면 억대 연봉?…“월 100만원도 어려워요” [쿠키청년기자단]
한 웹소설 아카데미 홍보 문구. 홈페이지 캡처

작가 내부 경쟁 심해져…“트렌드 분석 필수”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웹소설을 쓰려는 작가들이 많아지면서 신규 작가 진입도 어려워지고 있다. 플랫폼과 출판사에선 수많은 웹소설 작가 중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전작의 흥행 여부, 시놉시스의 체계성과 구체성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한다. 김가현씨는 ”웹소설 내부 경쟁이 심해지면서, 최근엔 플랫폼에만 걸려도 감사하다고 하는 신입 작가들이 많다“라며 ”플랫폼별로 선호하는 장르나 작법 기술을 연구해서 그에 맞춰 작품을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동시에 웹소설의 장점도 여전히 존재한다. 플랫폼이 다양해져 작품을 연재하기가 비교적 쉽다. 다른 창작물에 비해 다루는 주제나 내용이 가볍고, 순수 문학보다 수익성이 좋다는 것도 장점이다. 작가들은 모두 “트렌드를 잘 분석해서 매일 꾸준히 다작하면 소소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인 교수는 “현 상황을 다르게 말하면 안정적인 성공 공식이 잡혀 나가는 단계”라며 “웹소설은 특성상 성공 공식을 지표화, 자료화하기에 유리하다. 트렌드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나 변화를 잘 파악하면 ‘잘 팔리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은지 쿠키청년기자 apples2000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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