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대학 입학과 졸업, 그 이유는

늦어지는 대학 입학과 졸업, 그 이유는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청년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다. 20세 대학 입학, 24세 졸업 후 취업하는 것이 보통이었던 과거와 달라졌다. 제때 입학하고 졸업하는 것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가서 더 잘 준비해서 취직하는 것이 중요해진 분위기다.

지난 14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3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대학 입학생 중 당해 연도 고교졸업자는 68.2%로 지난 2022년 69.6%에서 1.4%p 감소했다. 2022학년도 휴학률은 20.7%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휴학률이 부쩍 늘었다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5명 중 1명꼴로 휴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몇 살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이른바 연령규범이 느슨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최근 청년들은 사회생활 조금 늦게 시작하더라도 수능에 여러 차례 응시하고 목표에 가까운 대학에 가려 한다. 재수 끝에 올해 A대 일어일문학과에 입학하는 이현규(21)씨는 주변 사람 10명 중 4명 정도는 자신처럼 재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역 때 성적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대학이 삶에서 중요한 만큼, 입학을 늦게 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입학이 늦어도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찾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는 청년들이 많다. 1년 정도 휴학할 계획이라는 진이수(22)씨는 “아직 진로를 뚜렷하게 정하진 못했다”며 “학교를 쉬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어떤 일이 잘 맞는지 이것저것 경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이모(19)씨 역시 어학연수를 갈 계획이다. 이씨는 “취업을 위한 것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하며 여러 경험을 해보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적성을 찾기 위해 정해진 단계에서 잠시 벗어나 일을 해보기도 한다. 진씨는 “주변에 인턴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인턴도 해보지 않고 일을 시작했다가 잘 맞지 않으면 바로 퇴사하기도 한다. 가고 싶은 곳이 정말 잘 맞는지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서도 19~24세 청년은 직업 선택할 때 안정성보다 적성과 흥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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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있는 신입 찾습니다”…취업 준비에 바쁜 대학생


직무 경험이 있는 신입을 우대하는 채용 시장 경향도 대학 졸업이 늦어지는 원인 중 하나다. 취업 전 직무 관련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2022년 3월21일~5월2일 총 752개 기업의 채용 담당자에게 채용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을 물은 결과, ‘지원하는 업무와의 관련성’을 가장 한 것으로 꼽았다. 청년들 역시 마찬가지다. 쿠키뉴스가 지난해 12월1~5일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취업에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더니, 39.1%가 ‘직무 관련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청년들은 졸업이 늦어져도 곧바로 취업하기보다 취업을 잘 준비하는 걸 선호하는 분위기다. 대학교 3학년인 유모(26)씨는 “취업하는 데 관련 직종 경험 여부가 이전보다 중요해진 것 같다”며 “경험 없이 바로 취업 시장에 나가면 비교될 수 있으니, 주변에서도 커리어 쌓기 위해 휴학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의 대학 졸업이 늦어지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고 진단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학기나 1년 정도 휴학하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다”라며 “조기 졸업이나 8학기 만에 졸업은 확실히 이전보다 예외적인 경우가 됐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나이대마다 기대되는 사회적 위치나 역할이 있다”라며 “과거와 달리 청년 시기가 확대되는 흐름과도 연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일자리가 많이 없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지만, 생애 연령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경험에 대한 공적 지원도 강조했다. 그는 “그 시기에 무엇을 하느냐는 경제적 여건과 관련이 있다”며 “이 시기에 생긴 격차가 노동시장, 삶 전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충분한 경험을 할 수 없는 빈곤가구 청년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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