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나중에” 고혈압 치료 손 놓은 2030

조절률·인지율·치료율 20% 안팎 그쳐
혈압약 복용 시 정상혈압 유지 비율 높아
“복용 않는 사람보다 복용자를 긍정적 시선으로 봐야”

“약은 나중에” 고혈압 치료 손 놓은 2030
사진= 박선혜 기자

# 양은정(가명·31세·여)씨는 2년 전부터 ‘고혈압 전 단계라 주의가 필요하다’는 전문의의 당부를 들었다. 비만이 원인이라고 본 양씨는 우선 운동으로 혈압을 낮춰보겠다며 약 처방을 거절했다. 지난달 측정한 수축기혈압이 140~150mmHg를 웃돌지만 여전히 약을 먹을 마음은 없다. 양씨는 “고혈압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고, 보험 가입도 힘들다고 들었다”며 “별다른 증상도 없고 운동을 이어가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2030세대 젊은층에서 고혈압 환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혈압 조절률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는 혈압약 복용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지만, 원치 않는다면 꾸준한 혈압 측정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고혈압 팩트시트 2023’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의 혈압 수치가 얼마나 정상적으로 조절되는지를 뜻하는 유병자 조절률이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50대 이상에서는 50% 이상의 조절률을 보였으며, 나이가 들수록 혈압 정상 기준인 130/80mmHg와 가깝게 조절한 환자 비율이 높아졌다. 반면 20~39세의 조절률은 20%를 밑돌았다. 


“약은 나중에” 고혈압 치료 손 놓은 2030
성·연령별 고혈압 조절률(유병자). 대한고혈압학회 2023 팩트시트

인지율과 치료율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39세 인지율과 치료율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계속해서 20%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40대 이상에서 40%를 넘겼고 70대는 80%에 달했다. 

다만 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 연령과 상관없이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즉 20, 30대는 약물 치료에 따른 효과가 좋지만 약을 쓰지 않아 대부분 혈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상현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부천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2030세대 고혈압 유병자의 조절률은 2007년 이후 20% 이하에 머물고 있다”며 “젊은층은 약을 늦게 먹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운동 등으로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며 약 복용을 꺼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운동이나 식단을 통해서는 실질적인 혈압 조절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20, 30대 고혈압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따르면 2012년 7만5868명에서 2022년 13만1846명으로 45% 증가했다. 고혈압은 뇌졸중, 심근경색 등 중증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 이사장은 “혈압 조절은 나이가 들었을 때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줄이고, 치매 같은 인지기능 장애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며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할수록 건강에 득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보험사가 혈압약 복용자의 가입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복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짚었다.

임 이사장은 “중요한 것은 가정 내 혈압 측정이다. 혈압을 확인하며 정상 기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요즘은 스마트워치를 통해서도 측정이 가능하다. 젊은 세대에서 고혈압 인식률과 조절률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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