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노점 신고하는 사람, 친구 가능?”

붕어빵 노점 신고 여부 두고 논쟁
논쟁으로 가치관 판단…“효율 추구 흐름”

“붕어빵 노점 신고하는 사람, 친구 가능?”
대학가에서 한 상인이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불법 붕어빵 노점을 신고하는 행동을 두고 이견이 갈리고 있다. 탈세 등 불법 측면이 있으니 신고가 ‘당연하다’는 입장과 굳이 신고하는 행동이 ‘정 없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이를 두고 친구로 지낼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붕어빵 노점상 신고에 대한 논란은 최근 몇 년간 현재진행형이다. 2020년 12월엔 유튜버 쯔양 영상에 등장한 붕어빵 가게가 누군가의 신고로 폐업하는 일이 벌어졌다. 2019년엔 방송인 백종원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붕어빵 노점상이 불법이라는 주장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붕어빵 노점 ‘신고파’는 탈세 등 법을 어기는 것이니 신고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30일 서울 상수동 홍익대학교 근처에서 만난 안종하(27)씨는 “영업 허가를 받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신고할 필요가 있다”라며 “국민이니까 세금은 당연히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있던 윤영진(27)씨도 “다른 사람들은 허가를 받아서 운영하는데, 혼자만 부당이익 챙기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반(反)신고파’는 요즘 잘 보기 힘든 붕어빵 노점을 굳이 신고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임모(22)씨는 “일부러 붕어빵 노점에 찾아가 먹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파니까 반갑고 추억도 있다”라며 “서로 가치관이 다를 수 있지만, 노점을 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신고하는 건 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모(21)씨 역시 “왜 신고하나 싶다. 이것보다 더 단속할 게 많은 데 너무 빡빡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붕어빵 노점 신고하는 친구 ‘Yes? or No?’

붕어빵 노점 신고 논란은 친구 관계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잣대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지난 28일 엑스(옛 트위터)에는 붕어빵 장사를 신고하는 게 야박한 행동인지, 정당한지를 묻는 글을 캡처한 게시물이 올라와 6000번 이상 공유됐다. 지난 1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엑스 게시물의 원글은 조회수 10만, 댓글 1100개가 넘었다.

해당 게시글에서 사람들은 친구가 신고해도 ‘상관없다’와 ‘상관있다’로 나뉘어 의견을 드러냈다. 상관있다는 이들은 “곁에 두고 싶은 인간 유형이 아니다” “(신고)했다고 하면 서서히 관계를 끊을 것 같다” “친구가 그러면 정떨어질 듯하다”라고 의견을 남겼다. 반면, 신고해도 상관없다는 이들은 “불법이긴 하니까” “딱히 신경 안 쓴다”는 반응이었다.

“붕어빵 노점 신고하는 사람, 친구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에서 만난 홍민기(28)씨는 “내가 피해를 보는 것이 없으니 신고하진 않겠지만, 불법이긴 하니 친구가 신고해도 별생각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모(21)씨 역시 “사람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친구를 지속할지 말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대학생 안모(22)씨는 “굳이 신고하는 건 성격이 약간 꼬여있는 것 같다”라며 “친구가 신고하면 왜 신고했는지 직접 물어볼 듯하다. 불법이란 이유만으로 신고한다고 하면 실망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27)씨는 “신고하는 사람이 무슨 마음인진 알겠다”라며 “그렇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는데 붕어빵 노점상만 집중적으로 신고하고 즐거움을 느낀다면, 누군가의 일상을 헤집는 걸 즐기는 사람 같아 친해지지 않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가치관을 효율적으로 판단, 청년들 인간관계 특징”

이번 논란은 청년들 사이에서 화제였던 ‘깻잎 논쟁’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이성인 친구에게 깻잎을 떼어 줘도 괜찮냐’는 행동 하나로 그 사람의 가치관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누군가의 선택을 통해 연애관, 공정, 관용과 같은 가치관을 판단하고 관계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분위기다.

이는 호불호가 분명하고 관계에서 피로도가 높은 최근 청년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이 전국 만 13~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30세대 65.5%가 ‘평소 어떤 대상에 대한 좋고 싫음이 분명한 편’이라고 답했다. 한길리서치가 지난해 12월28일 발표한 ‘2022 인간관계인식조사’에 따르면 18~29세 청년들은 관계에서 피로감, 불안함‧두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청년(18~29세)은 77%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전문가는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고 효율을 추구하는 청년층의 ‘인간관계론’이 반영된 논쟁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효율을 추구하는 게 청년층의 인간관계 특징”이라며 “이런 논쟁을 통해 실제 인연을 끊는 데까지 나아가진 않을 수 있어도, 가치관 등을 효율적으로 판단하려는 흐름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 논쟁을 공정성 문제로 접근했다. 임 교수는 “2030세대는 개인의 개성과 소신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라며 “일련의 논쟁들은 이를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2, 제3의 붕어빵‧깻잎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부적절한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계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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