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김연경, 아름다웠던 패자

[올림픽] 김연경, 아름다웠던 패자
경기 후 세르비아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치는 김연경.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평생의 목표였던 올림픽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김연경은 끝까지 ‘여제’다운 모습을 보였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여자 배구대표팀은 8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0대 3(18-25 15-25 15-25)으로 패배했다. 1976년 몬트리울 올림픽 이후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던 한국은 아쉬움 속에 대회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올림픽을 예고한 김연경의 올림픽 레이스도 막을 내렸다. 3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은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4강에 올랐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김연경은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연경은 항상 인터뷰 때마다 “올림픽 메달은 하나 꼭 따고 싶다”고 말해왔다.

이번 대회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김연경이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는 한국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십억원 이상의 연봉 삭감을 무릅쓰고 한국 무대를 복귀했다. 

하지만 김연경과 국가대표팀에 악재가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 2월 주전 세터와 레프트였던 이다영, 이재영 쌍둥이 자매가 불미스러운 학폭 사태 등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GS칼텍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레프트 강소휘는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참여하질 못했다.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서 선수층이 얇아졌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마지막 올림픽으로 삼고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일각에서는 김연경의 도전을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왕조의 마지막 시즌을 다룬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와 비교했다.

김연경과 한국 여자 배구는 이런 악재에도 도쿄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조별 리그 당시 7위의 강호 도미니카공화국을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대 2로 누른 데 이어 숙적 일본에도 드라마와 같은 대역전승을 거두며 대한민국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어진 한일전과 8강 터키전에서도 대표팀은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며 아시아팀 중 유일하게 4강에 올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연경의 리더쉽이 있었다. 

김연경은 9년 만에 다시 메달에 근접해 소중한 기회를 잡았지만, 강호 브라질과 세르비아에 연이어 패하면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그토록 바라던 메달 획득을 하진 못했지만 김연경 끝까지 ‘여제’다웠다.

다소 아쉬운 결과에도 김연경은 과거 터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보스코비치 등 세르비아 선수들에게 웃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이후에는 김수지와 후배 양효진을 비롯해 후배들과 일일히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함께 동고동락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및 코칭스태프, 통역 등과도 함께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당초 메달권 전력으로 평가받지 못했던 여자배구대표팀은 김연경을 필두로 투혼을 발휘하며 4위라는 높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하게 됐다. 원하던 목표가 아니였지만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절대 실패로 끝나지 않았다.

kch0949@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