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하려하는가”

“나라가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하려하는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적 성격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국내 의료체계의 이중성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신생아 연쇄사망사건 관련 의료진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되며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진의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이 번진 결과다.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 인수위원회는 25일 강제지정제 철폐와 의료행위 중단 및 진료거부권을 보장해야한다는 주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의료인이 의료사고로 금고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았을 때 의사면허에까지 영향이 미친다면 안정적인 진료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수위는 “일반인이 잘 알 수 없는 전문적 영역에 관한 법 개정은 자칫하면 국가의 필수업무를 담당하는 전문영역을 붕괴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의료사고로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 방어진료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만약 형사사건으로 금고이상의 형을 받아 면허취소를 받게 하려면 의사들이 더 이상 의료사고의 개연성이 높은 환자를 진료하지 않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강제지정제 철폐와 의사의 의료행위 중단 및 진료거부권 신설도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은 환자가 중증질환이든 경증질환이든, 임종직전 환자라도 의료를 중단하거나 진료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 강제지정제에 따른 기본원칙이며 진료를 거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는 90% 이상이 민간의료기관임에도 전국민 건강보험 가입 등 공공적 성격의 서비스체계가 구축돼 추구가치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2000년 의료법 개정논의 당시에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형사사건으로 형을 받으면 무조건 면허취소를 하도록 추진됐지만, 국회 입법과정에서 의료인의 업무수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 등에 따른 면허의 불이익을 주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현행과 같이 개정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 이하 변협)는 오는 27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의사의 형사범죄와 면허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주제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권미혁 의원과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변협은 심포지엄을 통해 현행 의료법상 일반 형사범죄나 다른 각종 특별법위반 등으로 금고 이상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의사면허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한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중시하고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전문직으로 고도의 직업윤리가 요구되는 만큼, 국민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으며 의료현장에서의 인권이 확보될 수 있는 체계와 제도마련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변협은 현행 의료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일반 형사범죄로 처벌받게 된 의료인에 대한 의사면허 취소 혹은 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2명의 주제발표와 토론을 마련했다. 다만, 의료계 인사는 명단에 포함되지 못해 논의가 제한적일 전망이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