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 드디어 조용필을 노래하다

‘불후의 명곡’ 드디어 조용필을 노래하다

“기도하는…”

MC 신동엽의 간곡한 요청에 조용필이 일어나 ‘비련’의 첫 소절을 부르자 곧바로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비련’을 부르는 조용필의 목소리도 그 뒤를 따라 이어지는 팬들의 탄성도 35년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지난 9일 KBS 공개홀에서 진행된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녹화를 관람했던 방청객 A씨는 “조용필이 시선만 움직여도 객석에서 비명과 환호가 쏟아지는 뜨거운 현장이었다”고 귀띔해 당시 스튜디오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가수 조용필이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다. ‘불후의 명곡’ 조용필 50주년 기획 3부작은 2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3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 방송된다. 김종서, 박정현, 장미여관, 정동하, 그룹 세븐틴 등 총 16팀(명)의 가수가 무대에 올라 조용필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의 노래를 부르는 영광을 얻었다.

방송 활동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조용필은 8년간 거듭된 제작진의 요청 끝에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서 조용필은 “공연 분장실에서 ‘불후의 명곡’이 적힌 화환을 보고 ‘언젠가는 나가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며 “그게 벌써 8년 전”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제작진은 조용필 섭외를 위해 그동안 조용필의 모든 공연에 화환을 보내는 정성을 들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2년 전에는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던 가수들이 직접 조용필의 출연을 바라는 메시지를 스케치북에 적고 사진을 찍어 이를 보내기도 했다.

‘불후의 명곡’은 가요계의 ‘전설’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그의 노래를 후배 아티스트가 재해석해 들려주는 콘셉트의 방송이다. 숱한 가수들이 ‘불후의 명곡’을 찾았지만, 조용필은 그 중에서도 전설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아티스트다. 제작진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야만 했던 전설 중의 전설인 셈이다.

평소 공연 외에는 은둔에 가까운 활동을 해온 조용필이 ‘불후의 명곡’ 출연을 결심한 것은 올해 활동 50주년을 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조용필은 50주년 기념 사업회와 함께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직접 소회를 전한 바 있고 다음달 12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50주년 기념 공연 ‘땡스 투 유’를 개최하기도 한다.

‘불후의 명곡’  드디어 조용필을 노래하다

활동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회를 맡았던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조용필을 “수많은 기록을 보유한 최고의 가수”라고 소개했다. 활동을 시작한 1968년 이후 한국 가요계에서 조용필이 쌓아올린 최초, 최고, 최대의 기록은 모두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방대하다. 조용필은 LP,카세트테이프, CD를 거쳐 디지털 음원을 석권했으며 1970년대, 80년대, 90년대, 2010년대에 걸쳐 차트 1위 곡을 보유한 가수다.

1968년 록그룹 애트킨즈의 기타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한 조용필은 이후 김트리오, 그룹 25시, 조용필과 그림자 등 여러 그룹을 거쳤다.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전설이 시작됐다. 1977년 대마초 사건으로 약 2년간 활동을 중단했다가 1979년 밴드 위대한 탄생을 결성했다. 1980년 발매한 첫 번째 정규앨범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음반이 됐다. 이후 ‘창 밖의 여자’ ‘고추잠자리’ ‘나는 너 좋아’ ‘친구여’ ‘어제, 오늘, 그리고’ ‘허공’ 등으로 음악방송 1위와 방송사 가요시상식 최고상을 휩쓸며 80년대 최고의 가수로 등극했다.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녀 ‘오빠부대’라는 말이 만들어졌고 이는 오늘날까지 열정적인 팬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1990년대에는 총 여섯 장의 정규앨범을 내는 동시에 일본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조용필은 NHK ‘홍백가합전’에 한국가수 중 최초로 출연했던 원조 한류 가수이기도 하다.

조용필 바람은 2010년에도 유효했다. 2013년, 약 10년 만에 발표한 정규 19집 ‘헬로우’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 선공개곡 ‘바운스’와 타이틀곡 ‘헬로우’는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바운스’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고르게 사랑받으며 조용필이 한국 가요계에 살아 있는 전설이자 가수임을 증명했다.

조용필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1위나 기록을 위해 음악을 해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지 음악이 좋아서 하다 보니 오늘 날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요즘도 매일 노래를 듣는다고 밝힌 조용필은 “그룹 빅뱅, 방탄소년단, 엑소 등의 노래와 무대를 유튜브를 통해 접한다”며 “밴드 스크립트, 시아, 알렌 워커의 음악도 즐겨 듣는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매번 새로운 음악을 접하고 놀라며 배우고 있다”고 고백했다. 가왕이나 전설이라는 수식어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접하며 여전히 현역 뮤지션으로 음악을 대한다는 것이다.

조용필은 이날 조용필의 ‘내일’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했다. 50년 자신의 노래를 들어왔던 팬들을 위해 허락할 때까지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것. 조용필은 “19집 앨범의 큰 성공으로 다음 앨범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며 “발매시기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50주년 기념 공연을 마치고 다시 앨범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KBS·쿠키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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