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박해진 "'치인트' 유정? 이제는 가족 같다… 지긋지긋하지만 사랑해"

[쿠키인터뷰] 박해진 배우 박해진에게 ‘치즈인더트랩’의 유정은 어떤 의미일까. 최근 영화 ‘치즈인더트랩’(감독 김제영)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진은 “가족같다”고 단언했다. ‘치즈인더트랩’은 그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작품이지만 애증이 교차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정말 사랑하지만, 가끔 지긋지긋할 때가 있잖아요. 그러다 돌아서면 또 보고 싶고요. 유정에게 제가 느끼는 감정이 딱 가족 같아요. 제가 하고 싶었던 역할이지만 이제는 다시는 안 했으면 하는 역할이기도 해요.”

말 그대로다. 박해진과 ‘치즈인더트랩’은 인연을 넘어 악연에 가깝다. 웹툰 론칭 시절부터 가상 캐스팅에 주인공 유정 역으로 항상 거론돼왔고, 이후 드라마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드라마가 연출 논란을 겪으며 좋지 않은 결과로 기억됐고, 영화에도 주연으로 발탁됐지만 드라마에 불만족한 팬들의 기대는 박해진에게 부담으로 지워졌다.

“원작 웹툰 양이 워낙 방대해서 드라마에서도 재미를 다 잡을 수 없었던 건 알고 있는 부분이었어요. 영화는 두 시간 짜리인데 더더욱 역부족이죠. 결국 원작을 중시하되, 챕터 별로 중요한 포인트들만 잡아서 확실히 보여드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드라마를 할 때보다 시간은 더 흘렀는데 저는 나이만 먹어서 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죠. 지금도 아쉬움은 여전해요. 원작의 유정이라는 친구를 저도 정말 좋아하는데,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유정을 모두 알려줄 순 없잖아요.”

박해진은 ‘치즈인더트랩’의 유정이 데뷔 초, 자신에게 따라붙었던 ‘소문난 칠공주’의 연하남 같은 꼬리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하남 역할로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한 후, 박해진보다는 연하남이라는 수식어로 더 잘 알려졌던 그다. 그 꼬리표를 떼는데 참 많은 시간이 걸렸고, 유정 또한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유정으로 기억해주신다는 기쁨이 더 크지 않을까요. 그 꼬리표를 예전에는 참 떼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걸 억지로 떼려고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벗겨내고 싶어요. 일단 앞으로는 ‘사자’ 촬영에 매진하는 게 우선이겠죠? 물론 영화는 더 많이 해 보고 싶어요. ‘치즈인더트랩’이 일종의 드라마타이즈같은 작품이라 스크린에 대한 갈증이 아직 커요. 배우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갈증이기도 하고요. 굳이 저를 보기 위해 관객이 극장에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소문난 칠공주’로 데뷔한지 벌써 12년이다. 그 때의 박해진과 지금의 박해진은 얼마나 다를까. 또 12년 후의 박해진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박해진은 ‘한류스타’ ‘연기자’ 등 자신을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그 중 ‘배우’가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막 데뷔했을 때는 연기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만 했던 것 같아요. 여느 사람들이 하는 ‘스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오히려 별로 없었던 것 같고요. 그 때는 막연하게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면, 지금은 좀 더 디테일한 욕심들이 많아요. 작은 욕심들을 하나씩 채워가다 보면 12년이 또 지나겠죠. 12년 후에는 뭐 하고 있을까요? 아마 아이를 등원시키고 있지 않을까요. 하하.”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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