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 “비과학적 ‘게임장애’ 질병 등재 시도 철회하라”

게임계 “비과학적 ‘게임장애’ 질병 등재 시도 철회하라”

게임 업계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관련 질병 분류 등재 시도에 반대하며 관련 내용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게임개발자연대(이하 업계)는 19일 “비과학적인 게임 질병화 시도에 반대하며 ICD-11 개정안의 관련 내용 철회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WHO는 오는 5월 열리는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온라인‧모바일‧콘솔 등 다양한 형태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약 20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게임 이용자들 중에는 더 열정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이라며 “이 때문에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도 게임 장애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린 바 없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 관련 기준을 제시하는 DSM(정신질환의 진단·통계 편람)에서는 ‘인터넷 게임 장애는 정식 장애로 간주하기 이전에 더 많은 의학적 연구와 경험이 요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DSM은 1952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처음 발간한 이후 2015년 5판까지 개정됐다.

업계는 “WHO의 최근 움직임이 게임 장애와 관련된 과학적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는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게임 장애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실험을 통한 데이터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WHO의 ICD-11 초안은 게임 장애를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여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행위의 패턴’이라고 정의한다. 장애 진단 기준으로는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 등 3가지를 제시한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이러한 정의와 진단 기준으로 20억명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콘텐츠를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상식적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며 WHO의 게임 장애 진단 기준을 지적했다.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게임 장애 질환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업계는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겪어야 할 피해와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한다”며 “또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게임 산업 종사자들이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라는 오명을 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각 단체는 향후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타 국가, 관련 산업계와의 연계를 통해 공동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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