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양세종 “원래 내 모습 잃는 것 가장 경계… 불편할 것 같아요”

양세종 “원래 내 모습 잃는 것 가장 경계… 불편할 것 같아요”

이준범 기자
입력 : 2017.12.04 17:51:16
수정 : 2017.12.04 20:37:50

사진=굳피플 제공


최근 주연급으로 급성장하며 주목받는 20대 남자 배우들이 몇 있다. 바로 배우 양세종, 우도환, 동하, 장기용이다. 모두 1992년생으로 동갑인 이들은 안정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지난해와 올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갑자기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그동안 20대 대표 남자 배우의 자리를 지키던 김수현, 이민호, 지창욱 등이 군 입대한 공백을 메우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증명한 것.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가장 먼저 알린 건 양세종이다. 양세종은 지난해 방송된 SBS ‘낭만닥터 김사부’의 도인범 역할로 데뷔한 이후 SBS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송승헌의 아역을 거쳐 지난 6월 OCN ‘듀얼’을 통해 빠르게 주연 자리에 올라섰다. 최근 종영된 SBS ‘사랑의 온도’에서는 온정선 역할로 첫 지상파 주연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다. 별다른 연기력 논란 없이 무서운 속도로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일 쿠키뉴스 본사에서 만난 양세종은 ‘사랑의 온도’를 처음 만난 순간의 이야기부터 들려줬다.

“‘듀얼’이 끝났을 때 받은 대본이 많은데 그 중에 ‘사랑의 온도’ 대본이 있었어요. 다른 대본들이 극적인 사건이나 감정선의 굴곡이 컸다면 ‘사랑의 온도’는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좋았어요. ‘밥 먹었어?’하면 ‘응. 나 먹었어’라고 받고, ‘오늘 뭐했어?’하면 ‘나 뭐했어’, ‘왜 그래?’, ‘뭐가 왜 그래야’ 하는 식으로 엇박자적인 호흡들이 현실의 호흡이잖아요. 연인을 만날 때 일적인 얘기를 하다가도 ‘사랑해’라고 말하는 그런 호흡들을 굉장히 잘 풀어놓으셨더라고요. 그런 점이 색달랐어요.”

사진=굳피플 제공


양세종은 온정선을 연기한 소감을 묻자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답을 내놨다. 역할을 준비할 때나 촬영에 임하는 몇 개월 동안 연기하는 양세종을 지우고 오로지 온정선으로 살았다. 외부에서 다른 생각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에 당시 연기하는 양세종의 입장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양세종은 매 작품마다 역할에 몰입하는 ‘골방작업’을 한다고 표현했다.

“원래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데 작품을 할 때마다 원룸을 얻어요. 처음에 얻은 곳이 너무 커서 시야가 분산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건물의 제일 작은 방에 들어갔죠. 한눈에 시야에 다 들어오는 공간이에요. 램프 조명이 3개 있는데 그 중에 가운데에 있는 하나만 켜놓고 어두운 분위기에서 대본을 봐요. 그리고 그 원룸을 캐릭터에 맞게 꾸미기 시작해요. ‘듀얼’을 할 때는 거의 난장판, 쓰레기장이었어요. ‘사랑의 온도’를 할 때는 집을 다 치우고 전신 거울이랑 TV, 침대, 블루투스 오디오, 향초 4개만 놓고 깔끔한 상태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였죠. 그에 맞는 향수도 찾았고요. 온정선이라면 물통을 놓을 때 템포와 속도는 어떨까, 대학 시절 사람들을 만나는 시선은 어떨까 등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대본을 읽고 또 읽어요. 그런 환경에서 살면 온정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저만의 연기 스타일이죠.”

양세종은 “그 캐릭터가 되고 싶은데 못하니까 이런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이 주무신 이후 촛불 하나 켜놓고 연습하던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똑같은 노력과 똑같은 시간을 들여 양세종과 역할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연습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다음날 촬영을 모두 망치고 ‘난 그게 안 되는 애구나’라는 생각으로 다시 골방작업을 시작했다. 양세종은 요즘 그렇게 공들여 몰입한 온정선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진=굳피플 제공


“역할에서 빠져나오는 게 힘들진 않아요. 너무 역할에만 빠져서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다보니까 오히려 생각이 많이 안날 수밖에 없거든요. 다만 다 털어내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죠. 요즘엔 인터뷰를 하고 집에 도착하면 무기력해져요. ‘사랑의 온도’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 기억을 자꾸 불러오게 되니까 그런 것 같아요. 1시간 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보면, 다시 드라마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럴 땐 ‘안 되겠다’ 싶어 바로 운동복을 입고 나가서 음악을 들어요. 짧은 순간이라도 이 순간만큼은 온정선을 털어내야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몸을 지치게 하는 거죠. 물론 힘들죠. ‘나는 어디 갔지’, ‘양세종은 어떤 사람이었지’, ‘내가 지금 이렇게 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사랑의 온도’는 양세종에게 많은 걸 남겼다. 그가 ‘진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표현한 서현진과 함께 연기한 경험도 남았고, 드라마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표현과 소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점점 성장하고 있는 양세종은 앞으로 더 유명해지더라도 자신은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전 평상시의 제 모습을 잃는 걸 가장 경계해요. 저는 일상에서도 연예인과 일반인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다 같은 사람인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보통 밖에서 욕을 먹든 힘든 일이 있든 누구나 집에 가면 편안하다고 느끼잖아요. 저도 가고 싶은 카페나 영화관, 친구들이랑 술 마시는 공간에 가는 게 좋아요. 앞으로 제가 바뀔지, 안 바뀔지를 단언하긴 어렵지만, ‘경계는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스스로 불편해질 것 같거든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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