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밑바닥 시작, 차라리 잘 됐다

밑바닥 시작, 차라리 잘 됐다

[옐로카드] 밑바닥 시작, 차라리 잘 됐다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한국은 ‘도전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으로 자른 포트 배정에 따라 한국은 포트 4 끝자락에 자리했다. 참가국 중 FIFA 랭킹이 뒤에서 2번째이기 때문이다. 어중간한 자만심보다 차라리 밑바닥이 낫다. 그럴 때 좀 더 강한 의지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일 0시(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의 크렘린궁 콘서트홀에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추첨식이 열린다.

이번 조 추첨식에 신태용 감독과 김남일 코치가 참석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전한진 사무총장 등도 태국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한다. 차범근과 박지성도 FIFA의 초청을 받아 조 추첨식에 얼굴을 드러낼 예정이다.

추첨방식은 포트 1~4에 속한 팀들이 각 조에 1팀씩 배정되는 방식이다. 포트 1에는 개최국 러시아를 비롯해 FIFA랭킹 상위 7개 팀이, 나머지 포트 2~4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나라들이 이름을 올렸다. 랭킹으로 가름됐지만 이번에도 대륙 국가들이 같은 조에 속할 수 없다는 원칙은 유지된다.

운명의 조 추첨은 역대 축구스타들의 손으로 결정된다. 이번 조 추첨식은 디에고 마라도나, 카푸, 로랑 블랑, 파비오 칸나바로 등이 종이가 담긴 공을 뽑는다.

한국은 아시아팀과 같은 조에 편성될 수 없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는 단 1팀도 없었다. 이번 대회 역시 아시아 국가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다.

조 추첨은 매우 중요하다. 자칫 무지막지한 팀들이 한 조에 섞여 본선 무대를 향해 발을 떼기도 전에 좌절을 맛 볼 수도 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화려함 이면에는 조 추첨에 좌지우지되는 한국의 비루한 운명이 있다. 일각에선 최상의 조 편성에 대해 얘기하지만, 현실은 어떤 팀을 만나든 ‘1승 제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은 조 편성’을 기대하는 게 한국의 현실적인 처지다.

앞선 시뮬레이션은 단적인 예다. 당시 한국은 벨기에, 세네갈, 우루과이와 E조에 편성됐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강력한 우승후보를 피했지만 유력한 조 최하위 팀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벨기에는 유럽 빅클럽에 소속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강팀이다. 우루과이의 경우 지금껏 한국이 한 번도 이긴 적 없는 천적이다. 세네갈 역시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성을 앞세운 강팀이다. 비겨도 잘 했다 할 팀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유럽축구 특유의 높은 피지컬이 한국이 넘기 힘든 가장 큰 벽이라 평가했다. 그렇다고 아프리카나 남미 팀이 ‘해 볼 만한’ 상대는 아니다. 신 교수는 “역대 월드컵 조추첨과 비교하면 굉장히 침울하다. 쫓기는 심정이다. 어떤 팀을 만나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가시밭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월드컵 조 추첨식 생중계를 제가 많이 했다. 그때는 우리가 1번 시드까지는 못 받더라도 한 팀 정도는 포트4에 있는 약체를 만나 경우의 수를 따지고 승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강팀들과만 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포트1에서 포르투갈‧러시아, 포트2 멕시코‧페루, 포트3 이집트‧튀니지 등을 그나마 괜찮은 상대라고 첨언했다.

지난 11월 홈 평가전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한국이다. 그란데 코치 등 배테랑들이 합류해 기술적으로도 보강됐다. 그러나 한국은 ‘도전자’다. 이 전제는 신태용호가 잊지 말아야 할 근간이다. 98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아직도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 몸을 아끼지 않는 투지야말로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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