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끊어진 이탈리아의 빗장… 그들은 무엇을 남겼나

끊어진 이탈리아의 빗장… 그들은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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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침몰의 서막을 알린 2010년, 이탈리아 축구의 하향세는 서서히, 그러나 시나브로 이뤄졌다.

이탈리아는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1차전에서 0대1로 패한 이탈리아는 1무1패로 월드컵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반면 스웨덴은 2006년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탈리아가 월드컵 본선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건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60년 만이다. 지금껏 1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행진도 맥이 끊겼다.

이탈리아의 몰락은 예견돼있었다. 2000년대 후반 이탈리아 자국 리그인 세리에A가 ‘칼치오 폴리(승부조작)’ 스캔들에 휩싸인 이탈리아 대표팀의 성적은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세리에A는 2010년 무리뉴 감독이 이끈 인터밀란이 우승컵을 든 뒤 한 번도 위너가 되지 못했다. ‘승부조작 리그’라는 불명예 속에 투자자들의 시선은 잉글랜드와 스페인으로 쏠렸다. 쉐브첸코, 카카, 말디니, 가투소 등 휘황찬란한 멤버를 보유한 밀란 시대는 오지 않았고, 대표팀은 월드컵 조별리그를 넘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2000년대 마찬가지로 승부조작 스캔들에 휘말렸지만 체계적인 대응으로 극복한 독일과는 대조적이다.

▶‘4회 우승’ ‘빗장 수비’의 명성은 옛말

이탈리아는 월드컵 첫 출전을 우승으로 장식한 유일무이한 팀이다. 1934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결승에서 강호 체코를 꺾고 우승트로피를 들었다. 

4년 뒤 프랑스에서 열린 월드컵도 재패하며 대회 2연패의 역사를 썼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지금까지 모든 월드컵 본선에 이름을 올린 이탈리아다. 그사이 우승컵을 2차례 더 들어올리며 축구 강국으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준우승도 2회, 4강 진출도 2회 기록했다.

주인이 열어주기 전까지 문이 안 열리는 ‘빗장’에서 유래된 ‘빗장 수비’는 이탈리아 축구의 대명사였다. 꼼꼼한 수비 가운데 결정력 높은 공격수의 최전방 활약은 이탈리아를 철옹산성으로 만들었다.

이탈리아 축구가 몰락의 길을 걸은 건 2010년부터다. 당시 유벤투스 등 세리에A 소속 빅클럽들이 연달아 승부조작 스캔들에 휘말리며 휘청거렸고, 이는 국가대표 경기력으로 고스란히 연결됐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2무1패로 사상 첫 본선 무대 무승 탈락의 아픔을 겪은 데 이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승2패로 조별리그에서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2018년, 이탈리아는 비로소 지역예선 탈락으로 무릎을 꿇었다.

▶떠나는 노장들, 새 출발 가능한가

14일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이탈리아의 수문장이자 살아있는 전설인 잔루이지 부폰은 눈물을 쏟았다. 내년이면 마흔줄에 들어서는 그에게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마지막 월드컵 출전의 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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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 직전 부폰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스웨덴 진영까지 달려 들어가 무승부를 막아보려 애썼다. 그러나 촘촘하게 애워싼 스웨덴 수비수의 벽을 넘을 순 없었다.

부폰은 이번 월드컵 도전이 마지막 A매치 무대라 공언했다. 그러나 지역예선이 마지막 A매치가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경기 후 부폰은 눈물을 훔친 뒤 인터뷰에 나선 부폰은 “내 개인의 좌절이 아니다. 이탈리아 축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 연속 진출을 염두에 둔 듯 “큰 의미가 있는 대회를 실패로 끝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이탈리아 축구에는 미래가 있다. 우리에겐 자신감과 능력, 결정력이 있다. 다시 일어설 방법은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폰뿐 아니라 다니엘레 데 로시, 조르조 키엘리니, 안드레아 바르찰리 등 30대 중반의 노장들도 줄줄이 은퇴를 선언했다. 데 로시는 이탈리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는 새 출발에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한다”면서 강단 있는 개혁을 주문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사진제공=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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