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료인간 폭행 해법 없나…진상규명·재발방지 시스템 갖춰야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병원 조직문화도 개선해야

#지난 3월 한양대학교병원 성형외과에서 전공의들이 K교수의 폭력으로 인해 근무지(수련현장)을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전공의들은 지도 교수의 지속적인 폭행과 언어 폭력을 견디다 못해 수련현장을 이탈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이어 7월에도 부산대병원 모 교수의 폭언과 폭력 사건과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폭행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7월 당시 전국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지부에 따르면 부산대병원 김모 교수는 간호사와 전공의들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폭력을 가해왔고, 간호사를 향한 성희롱과 인격모독 발언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수술실에서 김 교수로부터 욕설을 들었던 모 간호사가 노조 측에 관련 사실을 알린뒤, 이전에 발생했던 김 교수의 폭언과 폭행 관련 증언이 이어졌다.

전북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선배 전공의들로부터 폭언과 폭행 등을 당한 피해자가 관련 사실을 언론이 알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법적 공방을 벌였으나, 가해자가 폭언 사실을 인정해 징계위 회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내부에서 폭력사건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지난 8월초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 담당 교수가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상습적인 폭언을 하고, 여성 전임의를 주먹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폭행 피해자인 전임의는 해당 교수가 언어폭력 등 갑질을 해왔다고 주장했고, 해당 교수는 폭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충남대병원에서도 간호사와 여직원 4명이 성형외과 K 교수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의롱적 발언과 불필요한 신체접촉에 시달려왔다면서, 병원 성희롱고충신고상담원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충남대병원 측은 해당 교수에게 직무정지 명령을 내리고 징계 여부를 따지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끊이지 않는 병원 내부 의료인간 폭력 왜 발생하나

병원 내부에서 발생하는 의료인간의 물리적 폭력과 성희롱 또는 성추행, 인격모독과 욕설 등 언어 폭력의 대다수는 상급자에 의한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병원 내부에서의 폭행, 성희롱 사건의 사례를 보면 소위 갑의 위치에 있는 교수 또는 병원 내부 조직상 상급자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 특성상 긴장된 분위기에서 업무를 하게 된다는 점, 수련교육기관의 경우 피교육자인 전공의들과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와 수직적 조직문화 등을 잦은 폭행사건 발생의 이유로 꼽기도 한다.

물론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의료인간 폭력이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병원 내부 조직문화가 많이 변화됐고, 전공의에 대한 처우개선과 폭력 차단을 위한 의료계 내부의 자정노력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물리적 폭행이나 성희롱·성추행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는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대학병원의 경우 병원이 아닌 학교가 쥐고 있는 인사·징계권한 등으로 인해 제대로된 진상조사나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재발 방지나 피해자 보호 등에서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시스템이 있더라도 형식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다.

병원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다른 일반 기업이나 조직들과 달리 쉬쉬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오히려 큰 소리를 내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기획] 의료인간 폭행 해법 없나…진상규명·재발방지 시스템 갖춰야◇폭력 사건 발생했던 병원들 징계는 어떻게?

그렇다면 앞서 폭행, 폭언, 성희롱 등으로 논란이 된 병원의 가해자 징계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우선 전북대병원 정형외과의 경우 전공의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실태조사를 통해 전공의특별법 위한 행위 등을 적발하고 강명재 원장에 대한 과태료 처분과 전공의 모집 중단 등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한 상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전북대병원의 입장을 듣고 관련 처발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폭력사태의 책임이 있는 가해자에 대한 병원 또는 학교,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등의 처분 결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경찰 수사와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섣불리 징계 수위를 결정하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해당 산부인과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 소속 겸직교수로 본원 인사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검토하고, 징계 여부 등 처분에 대해서 논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대병원은 대학전임교원인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는 전적으로 학교법인 측에 있다고 답했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 징계위원회에는 회부된 상태이고, 관련 사안에 대해 법적 소송이 진행중이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결정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앙대병원의 지도교수에 의한 전공의 폭행 사건 발생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 측은 “자기 제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의사가 어떻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으며 그 의사에게 몸을 맡길 수 있나”라며 “우리 스스로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외부에서도 절대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해당 교수는 응당 파면돼야 하며 대전협은 이런 사건의 재발 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쿠키뉴스 취재 결과 학교 차원에서 해당 교수 징계여부와 관련한 인사위원회가 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관계자는 “총장이 발령하는 기금교수의 경우 징계 관련 인사권한은 총장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충남대병원의 경우 성희롱 가해 교수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지난달 13일 병원 특별인사위원회에서 법무지원팀의 조사 결과와 함께 가해자와 피해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충남대병원의 경우도 징계권한이 있는 대학본부에서 징계를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각 병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결정된 바가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전북대병원의 경우 병원 기관에 대한 법 위한 처분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충남대병원은 자체 조사를 빠르게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외 병원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 여부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대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실제 쿠키뉴스 취재 결과 폭행 사건 예방을 위해 조치로 분당서울대병원은 동영상 및 교육 실시, 한양대병원은 자체 교육, 부산대병원은 월 1회 교수진 회의를 통해 예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소극적이다 못해 너무나 형식적인 폭행 방지 대책이다. 결국 병원은 책임도 지지 않고, 재발방지나 적극적인 해결의지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나마 충남대병원 측은 성희롱 사건 구체적인 재발방지책을 쿠키뉴스에 약속했다. 방지책은 ▶사건을 병원 내 구성원에게 전파·공유 ▶노사 공동의 성희롱 근절 캠페인 ▶10월 성희롱 예방교육 집체교육 ▶성희롱 고충 상담원 확대 지정. 현 2명→향후5~6명 ▶교수 회의시 관련 사례 전파 교육 ▶전 직원 성희롱 예방 근절 결의대회 등이다.(본지 9월13일자 현재까지의 ‘충남대병원 성형외과 성추문 논란’ 보도)

◇의사협회 진료실 폭행신고센터 운영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간 폭력이나 환자에 의한 의료인 폭행 등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하는 폭행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팔을 걷었다.

의사협회는 지난 8월말 가칭 ‘진료실 폭행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센터는 수련기관에서 수련 중 피교육자에 대한 폭행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신고센터를 설치해 폭행 사건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적극 지원하고 대응하는 것이 목적이다.

의사협회 측은 “진료실 폭행 신고센터 운영을 통해 고질적인 피교육자 폭행을 비롯한 진료실 내의 상습적인 환자의 이료인 폭행 등을 근절하고, 안정적인 수련환경 조성과 안전한 진료환경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확한 조사와 징계, 재발방지 대책 없는 병원 내 폭력

이와 관련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2017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량인 48.8%가 폭언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폭행과 성폭력을 경험한 경우도 각각 8.5%, 8.0%에 달했다. 

폭언의 가해자가 의사인 경우는 30.9%였고,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에서 의사에 의한 폭언은 35.0%로 평균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폭언·폭행·성폭력을 당했을 때 대응방식으로 참고 넘긴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폭언의 경우 82.3%가 참고 넘긴다고 답했고, 폭행은 67.3%, 성폭력의 겨우 75.9%가 참고 넘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 법적 대응이나 제도적 장치를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을 택한 경우는 폭언이 1.4%, 폭행이 4.3%, 성폭력이 3.2%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 측은 “병원의 엄격한 위계질서와 조직문화가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며 소통과 협력하는 조직문화 형성을 방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내부 개별 구성원들의 인격이 짓밟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보건의료노조 측은 “병원은 내부 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철저한 진상을 조사하고 마땅한 징계조치를 취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면서 “폭력예방에 대한 교육과 상호존중 프로그램 등을 실시해 폐쇄적인 병원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결국 대다수 의료계 관계자들은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그에 따른 가해자에 대한 빠른 징계, 피해자에 대한 보호대책 시행, 폭력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과 시스템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점이다.

“여전히 폐쇄적인 병원 조직문화에서 조직 구성원들 스스로가 자신부터 바꾸지 않으면 변화되기가 힘들다”라는 한 병원 관계자의 말처럼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려는 의료계(병원)의 노력이 시급하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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