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장산범’ 가능성과 한계 모두 담은 토종 공포 영화

‘장산범’ 가능성과 한계 모두 담은 토종 공포 영화

[쿡리뷰] ‘장산범’ 가능성과 한계 모두 담은 토종 공포 영화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한 가족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요양을 위해 장산으로 이사를 한다. 강아지가 실종되거나 동굴 근처에서 죽은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는 등 희연(염정아)과 민호(박혁권) 부부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경험한다. 희연은 우연히 숲에서 만난 한 소녀(신린아)를 집에 데려오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5년 전 실종된 아들 준서를 결국 찾지 못한 경찰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그 소녀는 딸 준희와 똑같은 이름, 똑같은 목소리를 갖고 있다. 갑자기 할머니와 남편이 실종되자 희연은 소녀와 함께 직접 가족을 찾아 나선다.

‘장산범’은 영화 ‘숨바꼭질’을 만든 허정 감독의 차기작이다. ‘숨바꼭질’이 아파트에 대한 현대인의 공포를 다뤘다면, ‘장산범’은 지역 민담에 근거한 공포를 소리로 풀어냈다. 목소리로 사람을 홀리는 호랑이 이야기를 장르 영화에 맞는 형태로 변형시킨 것이다. 누군가와 똑같은 목소리를 장소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재현한 후시 녹음의 활용이 인상적이다. 또 무당, 거울, 벽장, 동굴 등 토속적인 소재들을 적극 활용해 한국에서만 가능한 공포 영화 색깔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한국 공포 영화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점은 아쉽다. ‘장산범’에서도 인물과 서사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흐름보다 무서운 장면이 더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의 현실에 개입한 낯선 존재가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초자연적인 존재라는 걸 뒤늦게 깨닫지만 영화는 끝까지 그것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또 자신의 행동 이후에 벌어질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 주인공들은 관객들을 답답하게 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불필요한 소리, 혹은 끔찍한 이미지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방식은 10년 전, 20년 전 공포 영화와 달라진 것이 없다.

아이들의 비중이 큰 영화다. 수년 전 실종된 자식을 잊지 못하는 부모의 사연은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장산범’에서의 아이들은 부모가 그리워하는, 지켜줘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만 그려질 뿐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영화를 보지 못할 정도로 어린 배우 신린아는 자신이 무엇을 연기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는 눈빛을 보여준다. 배우 박혁권이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면, 염정아가 마음껏 몰입하며 열연을 펼친다. 오는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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