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의 시선] 새로고침 많아 차단? 암표상만 배불리는 '피켓팅'

새로고침 많아 차단? 암표상만 배불리는 '피켓팅'

[새우젓의 시선]  새로고침 많아 차단? 암표상만 배불리는 '피켓팅'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특별히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는 PC방을 찾아 예매사이트에 접속했다. 결제 과정에서 지연되지 않도록 필요한 프로그램 설치도 마쳤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린 끝에 드디어 예매사이트 서버시간을 알리는 페이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예매 시작 2초 전 경건한 마음으로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좌석을 고르고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결제 수단이 보이지 않았다. 몇 번을 반복해도 마찬가지. 그런 가운데 공연은 이미 매진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 3만3000원 티켓이 800만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아이돌 그룹 팬에게 콘서트 티켓팅은 전쟁과도 같다. 많은 팬들이 동일한 순간에 더 좋은 자리를 위해 예매 페이지에 접속하기 때문이다. ‘피를 튀기는 티켓팅’이라는 의미의 합성 신조어 ‘피켓팅’은 팬들에게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최근 티켓팅을 더욱 치열하게 하는 이들이 있다. 아이돌 그룹 콘서트 등 인기 공연 티켓을 예매해 높은 값으로 되파는 암표상이다. 이들은 티켓 예매 시 매크로 등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해 좋은 좌석을 선점하고 비싼 값에 되판다. 온라인에는 모든 좌석을 3초 만에 예매할 수 있다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한다는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가기 위해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매와 거래는 명백히 불법이지만, 실질적인 단속이나 제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행위로 피해를 입는 것은 콘서트를 관람하고자 하는 다수의 팬이다. 다음달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되는 그룹 워너원의 데뷔 기념 공연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2만석의 좌석이 매진됐다. 예매 이후 이 공연의 티켓은 최고가 800만원으로 티켓 재거래 사이트에 등록됐다. 200만원이 넘는 판매 가격이 제시된 티켓도 여럿이다. 이 공연 티켓의 정가는 3만3000원. 땀 흘려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무대에 서는 가수와 이를 돕는 제작진인데, 애꿎은 이들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 새로고침은 매크로를 이길 수 없다

최근 온라인 예매사이트 YES24에서 티켓 구매를 시도하던 중 황당한 일을 겪은 소비자가 속출했다. 이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글을 올려 정상적인 방법으로 예매 페이지에 접속해 예매를 진행했지만, 결제를 완료할 수 없어 결국 표를 예매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YES24 측에 문의한 결과 비정상적인 호출이 감지된 ID를 대상으로 결제 차단을 진행했다는 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팬들은 예매 페이지 접속을 위해 페이지 새로고침을 자주한 개인예매자일뿐 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YES24 측은 결제 차단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차단 기간도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팬들은 이와 같은 사례를 모아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신청 등 집단대응을 준비 중이다.

YES24 고객센터 상담원은 14일 쿠키뉴스에 “예매 진행 과정에서 페이지를 불러오는 부분에 문제가 있는 ID의 결제를 차단했다”며 “기존에도 있었던 정책 중 하나”라고 전했다. 문제가 된 비정상적인 호출과 향후 대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자 담당자와 연결을 요청했지만, 연락처를 전해주겠다는 답변 외에는 돌아온 바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예매 과정에서 새로고침을 자주 한 사용자의 ID를 차단하는 것은 매크로를 걸러내는데 효과가 있는 것일까. 김정훈 IT전문가는 “예매 매크로는 사람의 손보다 빠른 진행을 전제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접속 아이디의 새로고침 횟수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새로고침 횟수가 감소하면 사이트 트래픽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새로고침 횟수는 비정상 경로 접속이나 매크로 사용 등과 큰 연관성이 없는 셈이다.

 

△ 부당거래·안일한 대응… 팬 마음에 피나는 ‘피켓팅’

다수의 예매사이트는 티켓 되팔기 등 악용을 위해 예매하는 접속자를 막고자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날로 교묘해지는 티켓 업자를 걸러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번 YES24의 결제 차단은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방법이며 예매 참여자에게 사전·사후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티켓 예매 업체의 본질은 단순하다. 공연을 보고 싶은 관객이 편리하게 티켓을 예매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는 예매 수수료를 지불하고 티켓을 구매한다. 불법에 대한 티켓 예매 업체의 안일한 대응에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이는 누구일까. 반대로 불편을 겪고 상처를 입는 것은 누구일까.  


★ ‘새우젓의 시선’ : 자신을 일명 ‘새우젓’이라고 칭하는 팬들의 관점으로 연예 뉴스를 돌아보는 쿠키뉴스의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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