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잡을 때마다 야유가…고개 숙인 이정현

공 잡을 때마다 야유가…고개 숙인 이정현[쿠키뉴스=잠실실내체육관 문대찬 기자] “도저히 얼굴을 못 들겠더라고요”

안양 KGC 이정현(30)은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차마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이정현이 공을 잡을 때마다 홈 팬들이 야유를 쏟아냈던 것.

얼마 되지 않는 KGC 원정 팬들이 이정현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지만 금방 홈팬들의 야유에 묻혀 사라졌다. 이에 경기 중간 양희종이 이정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하기도 했다. 

이정현은 지난 2차전에서 삼성 이관희(29)와 충돌을 빚었다. 자신을 전담 수비했던 이관희를 떨쳐내는 과정에서 팔꿈치를 사용했고 이에 격분한 이관희가 이정현을 몸으로 들이받아 쓰러뜨렸다. 심판이 더블 파울을 선언하면서 이관희는 퇴장까지 당했다.

KBL 재정위원회로부터 추가징계까지 받았지만 이정현에 대한 농구팬들의 비판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았다. 평소 이정현이 자주 취하는 액션을 지적하며 그의 플레이를 문제 삼고 나섰다.

이정현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 경기 전 만난 KGC 김승기 감독은 “(이)정현이가 많이 힘들어했다. 밤잠을 설쳐 눈이 빨갛더라. 이런 상황을 이겨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줬다”며 이정현에 대한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김승기 감독의 격려가 있었지만 이정현이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리 없었다. 이정현은 이날 정신없이 쏟아지는 야유에 플레이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1쿼터에 7득점을 넣었으나 2쿼터와 3쿼터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야투 적중률도 23%에 불과했다. 분명 이정현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기 후 이정현은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며 “원정에다가 이런 분위기가 처음이라 당황한 것이 사실이다. 플레이가 위축됐다. 삼성 홈 팬들 쪽으로 공격을 전개할 땐 고개를 못 들 정도였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어 “내가 의도적으로 과격하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오펜스 파울이 맞다. 내가 잘못했다. 어떻게든 참아냈어야 했다”며 당시의 사건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시즌을 마무리하는 축제 챔피언 결정전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나마 동료들이 격려 해주고 파이팅을 불어 넣어줘서 고마웠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하겠다”며 팬들과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관희는 출전 정지가 풀리는 4차전부터는 다시 코트를 누빌 수 있다. 이정현과의 매치업 역시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이정현은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 그 선수도 그 선수만의 플레이 스타일이 있다. 신경 쓰지 않고 흥분하지 않겠다. 챔프전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 주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KGC는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가 부재했음에도 삼성에게 역전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사이먼, 오세근과 삼각편대를 이루는 이정현이 제 몫을 다하지 못했음에도 거머쥔 1승이라 더욱 값지다. 4차전 이정현이 제 모습을 찾는다면 경기가 더욱 쉽게 풀릴 수 있다.  

‘고개 숙인 에이스’ 이정현이 4차전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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