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합의로 의대 정원 감축?…복지부·의협 설전

의협 “의료비 증가 등 우려해 정부가 주도한 것”
복지부 “국민에 혼란 끼치고 정당한 증원 호도”

의약분업 합의로 의대 정원 감축?…복지부·의협 설전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의료농단 교육농단 필수의료 붕괴된다’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2000년대 의약분업 도입 후 의과대학 입학 정원 감축이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추진됐는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400명 증원과 관련해 “의약분업 당시 감원된 351명에 의사과학자 몫으로 50명을 더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가 제시한 증원 폭에 과학적 근거가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나온 발언인데,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는 “2000년 당시 의대 정원 감축은 의약분업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의사들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악마화하기 위해 만든 거짓말이다”라고 주장했다.


진료는 의사, 조제는 약사로 역할을 나눈 2000년 의약분업 추진 당시 전공의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하는 등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다가 전면 파업이 예고된 날을 하루 앞두고 정부는 당근책을 내놓으며 타협안을 제시했고, 이후 2006년까지 의대 정원 351명이 순차적으로 줄어 지금까지 정원 숫자가 동결돼왔다.

의협은 당시 의대 정원 감축은 정부가 의사 수 과잉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우려해 주도적으로 시행한 것이라고 짚었다. 의사들을 달래고 의약분업 시행의 대가로 정부가 정원을 감축했다는 의료계 안팎의 정설을 부정한 것이다. 

의협은 “(의약분업 당시) 351명 감축은 1990년대 정부, 국책연구소, 학계가 의사 수 과잉에 따른 의료비 증가 등을 우려해 보고한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가 주도한 것”이라며 “복지부 장·차관의 청문회 위증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정부는 “2000년대 의대 정원 351명 감축이 의약분업 합의 후속으로 추진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의협의 주장에 반박했다. 복지부는 그 근거로 의협 결의문과 보도자료를 들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0년 4월22일 의협 대의원회의 결의문에는 “의사 인력 배출 동결 및 감축 조정을 실시하라”는 요구가 적혀 있다. 또 2003년 8월14일 의협 보도자료에는 “10% 감축에서 만족하지 말고 우수한 의사 인력 양성을 위해 30% 감축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복지부는 “명백히 확인되는 사실을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며 국민에게 혼란을 끼치고, 정부의 정당한 의대 증원 정책을 근거 없이 호도하는 의협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 2000명 증원은 2035년에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문가 3명의 독립적이고 과학적인 수급 추계에 근거했으며, 1년 넘는 기간 동안 130차례 이상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된 정책이다”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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