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나선 국립대 의대교수들…“의료개혁, 제대로 하라”

시국선언 나선 국립대 의대교수들…“의료개혁, 제대로 하라”
지난 3월2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쿠키뉴스 자료사진

거점국립대 교수들이 정부를 향해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면서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점국립대학교수연합회(거국련)는 9일 시국선언문을 내고 “의료개혁 추진이 아무리 시급해도 절차적 정당성, 의료계와 교육계의 전문성, 그리고 헌법에 명시된 대학의 자율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거국련은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과 의료계의 전문성을 무시하면서 의대 정원 증원에만 몰두해, 기존 의료 및 교육 시스템을 흔들고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켰다”며 “정부에 대한 법원의 요구로 정책의 무모한 추진이 밝혀졌음에도, 정부는 합법적인 의사결정조차 무시하면서 각 대학에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전공의 등이 요구하는 ‘원점 재검토’는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이들은 “의료서비스의 양극화 해소와 미래지향적 의료체계 수립을 위한 정부의 개혁 정책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일부 의사 단체의 일방적인 정원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4가지 정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법원의 판결과 각 대학의 결정을 존중해 의대 정원 추가 조정 △의학교육 평가기관에서의 각 대학 인프라 분석 통해 의대 정원 합리적 조정 △필수진료 역량 강화, 인구 감소, 지역 소멸 대책을 의료개혁과 병행 추진 △유·청소년 교육과 입시제도 개혁 통한 수도권 쏠림 현상 해소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헌법에 명시된 학문의 자유는 대학의 자율성으로 뒷받침 된다”면서 “정부가 정책의 문제점을 수정하지 않고 절차의 정당성조차 확보하지 않으면서 계속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면, 거국련은 모든 대학과 연대해 헌법의 정신을 수호하고 국민의 안녕과 평온을 지키기 위해 헌신할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이번 시국선언에 불을 붙인 건 교육부의 ‘시정명령’ 경고다. 부산대, 제주대, 강원대 등이 의대 증원 관련 안건에 대해 학칙 개정을 부결하거나 보류하자, 교육부는 지난 8일 시정명령을 내려 학생 모집 정지 등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거국련 소속 대학 중 하나인 서울대의 임정묵 교수회 회장은 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은 거국련이 전체 대학을 총괄하는 곳이기 때문에 말을 아꼈는데, 이번 교육부의 결정은 교육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라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며 “의과대학 수용이 가능한 교육 환경을 가지고 있는지 따져보고 학칙 개정 절차를 거치는 건데, 초법적으로 밀어붙이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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