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와 맥도날드, 그리고 한국 기업 [데스크칼럼]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그리고 한국 기업 [데스크칼럼]
정순영 산업부장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어려움에 직면했다.

올해 1분기 맥도날드의 주당 순익은 2.7달러로 떨어졌고 스타벅스 역시 미국 매장 방문객 수가 7% 급감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따로 있다. 친이스라엘 기업이라는 낙인 때문이다.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 효과가 기업 실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스라엘 맥도날드가 군인들에 무료 식사를 제공했다는 것과, 스타벅스가 팔레스타인 지지를 밝힌 노조를 고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 기업이 한쪽 편을 든다는 오해가 확산했고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오뚜기는 ‘갓뚜기’라는 별칭 덕에 재계와의 첫 청와대 간담회에 초대돼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기업 브랜드에 친정부 성향 이미지가 입혀지며 ‘안티’ 소비자를 양산했다. 반대로 신세계 그룹 회장은 한때 SNS를 이용한 파격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념 논란과 곤두박질친 실적에 지금은 게시물들을 정리하고 경영에 매진 중이다. 기업에 씌워진 정치색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경우다. 관계자들의 말을 돌이켜보면 두 기업 모두 CEO의 방향점과 상관없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살얼음판을 걸어왔던 시점이었다.


가트너가 발표한 2023년 4분기 상위 5대 신흥 리스크에는 처음으로 ‘정치적 양극화 심화’가 진입했다.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는 기업 경영진들이 이제는 글로벌 갈등 고조에 따른 고객들의 잠재적 영향에도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 비관론에서 발생한 이념적 대립이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하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 소비자 개개인의 신뢰와 신념이 기업의 최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상황을 보아도 기업의 입장에선 요즘처럼 일하기 힘든 시절이 있었을까 싶다. 정치와 성별, 지역과 인연에 따라 색깔을 입혀 너와 나로 나누는 이분법은 과거 권력의 정점에서 소비자와 국민에게로 넘어오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나쁜 기업으로 낙인되면 생존이 걸린 타격을 받았고, 착한 기업으로 알려져도 그 후폭풍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소비자들의 신념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미닝아웃’ 소비 시대. 당장 살인적인 고물가에 홀쭉한 지갑을 든 고객들을 아우르지 못하는, 정치적 중립의 긴장감을 잠시나마 놓치는 기업들이 도태의 위기에 직면할 시기가 성큼 다가왔다. 이윤의 80% 사회 환원이라는 공익적 기업관을 지키는 ‘발렌베리 그룹’까지야 닮을 순 없겠지만, 기업은 소비자를 기반으로 존립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경영의 기본만 잘 지킨다면 적어도 남은 3년은 무사히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정순영 산업부장 binia9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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