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신약 보험급여 절실한데”…심사 지연에 환자들 전전긍긍

“유방암 신약 보험급여 절실한데”…심사 지연에 환자들 전전긍긍
지난 2일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청원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를 위해 유일한 약인 트로델비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동의청원 캡처 


“4기 환자들의 여명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릅니다. 유일한 치료제를 쓸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지난 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자신을 삼중음성 유방암 4기 환자라고 소개한 이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신속히 이뤄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청원인은 “32살 젊은 나이에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가 됐고, 지금 6살 된 딸을 두고 있다”며 “뇌, 폐, 간, 뼈 등 다른 장기에 암이 전이된 4기 상태로, 유일한 치료제인 트로델비를 쓰기 위해 급여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트로델비는 지난해 10월 국내 시판됐음에도 아직 비급여 상태로, 한 달에 적게는 3000~4000만원, 많게는 6000만원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환자들은 큰 금액이 가족에게 부담이 될까봐 쉽게 치료를 결정하지도 못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절반 이상의 환자가 진단 후 3~5년 내 재발을 경험하며, 뇌나 폐로 최초 원격 전이되는 비율이 약 70%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항암화학요법으로 1차 치료에 실패했을 경우 무진행 생존기간이 3~4개월에 불과하다. 

청원인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율이 길지 않은 만큼 급여 등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저와 같은 4기 환자들은 얼마만큼의 여명이 남아있을지 모른다”며 “신속히 절차를 진행해 꼭 필요한 시기에 사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트로델비의 건강보험 적용을 요청하는 청원글은 지난 1월에도 있었다. 당시 청원은 동의 5만건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20년 국민동의청원이 열린 이후 ‘치료제 건강보험’ 관련 청원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사례는 4건에 불과하다. 특히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11%로, 환자 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 청원은 답보 상태다. 21대 국회가 이달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사실상 활동을 멈추면서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복지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사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보험 심사 절차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트로델비는 허가 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건강보험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현재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상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5개월째 소식은 없다. 약평위를 통과하더라도 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을 해야 한다. 제약사와 공단이 약가 협의에 실패하면 다시 급여 절차를 밟아야 한다. 

환자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5만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도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단체는 2차 청원 홍보에 힘을 싣고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단체인 ‘우리두리구슬하나’의 이두리 대표멘토는 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절실하게 신약 급여를 바라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이런 목소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남은 과정들이 속히 전개될 수 있도록 복지위 위원님들이 힘을 실어주셨으면 한다”며 “심평원과 건보공단 관계자분들도 약가 조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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