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번복에 속 타는 수험생…“믿은 사람만 바보됐다”

의대 증원 번복에 속 타는 수험생…“믿은 사람만 바보됐다”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전경.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을 대학별로 자율 모집할 수 있도록 결정하자 수험생들은 또다시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의대 증원 규모가 기존 2000명에서 1000명대로 줄어 수험생은 입시 전략과 목표를 다시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23일 쿠키뉴스와 만난 수험생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변경에 대해 “믿은 사람만 바보 만들었다”, “이러다 다음 주면 또 바뀐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올해 의대 진학을 위해 다시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서모(24)씨는 “결국 이럴 줄 알았다”며 “정치인들한테는 입시가 장난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증원으로 피해 본 환자들, 간호사들 그리고 총선용 공약에 놀아난 수험생들만 불쌍하다”고 말했다.


대학별 자율 모집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장모(47)씨는 “학교별로 의대 정원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라고 했지만 결국 대학들끼리 눈치 게임하다가가 의리 게임이 될 것 같다”며 “기존 증원 인원이었던 2000명이 정말 준비는 해놓고 부른 숫자가 맞느냐”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이 마지막 조정이 아니라고 하던데, 그럼 또 바뀔 수 있다는 거 아니냐”며 “하루라도 빨리 입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돌아서면 바뀌는 시기라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2025학년도 수시모집이 9월 9일에 시작되는 만큼, 의대 증원 조정에 해당하는 지방 국립대학들은 이번 주 안으로 모집 인원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 자율 모집으로 학생과 전공의의 복귀를 기대한 것과 달리 의료계는 여전히 ‘수용 불가’ 입장이라 입시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입시 전문가는 2025학년도 입시는 변수가 많아 수험생에겐 촉박한 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4월 말에는 현 고2에게 적용되는 2026학년도 전형 계획안이 발표된다. 5월에는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과 무전공 선발, 교대인원 감축, 간호학과 모집 정원 발표 등으로 문‧이과 학생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큰 입시 변화가 발생한다. 여기에 5월 말에는 올해 대학별 신입생 합격자 점수가 공개된다. 6월에는 수험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평가원 모의고사가 실시돼 재수생 유입 정도, 수능 난이도 변화 등을 파악해야 하는 등 굵직한 일정이 이어진다.

변수가 많은 만큼 어느 해보다 꼼꼼하게 입시 계획을 짜고 입학 전형을 분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4월 말부터 6월까지 입시 변수가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이라며 “5~6월에 상황변화가 동시에 발생하고, 7~8월에 상황 변화에 따른 예상을 한 후 9월 9일부터 수시 원서접수에 임해야 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매우 타이트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입시는 학과별 모집 정원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져 합격선 예측이 어렵기에 더욱 면밀한 입시계획, 분석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특별브리핑을 열어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 사항인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의대 정원을 자율적으로 모집하는 것을 수용하기로 했다. 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은 유지하되, 내년도에만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게 허용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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