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페퍼톤스 “언젠간 인디밴드서 인기밴드로” [쿠키인터뷰]

20주년 페퍼톤스 “언젠간 인디밴드서 인기밴드로” [쿠키인터뷰]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밴드 페퍼톤스 신재평(왼쪽)과 이장원. 안테나

두 남자의 웃는 얼굴은 여전히 소년 같았다. 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다는 말을 연달아 할 땐 머쓱한 미소가 번졌다. ‘Since 2004’를 내걸고 야심 차게 첫발을 내디딘 지 어느덧 20년. “우리 둘에겐 우리가 세계 최고 인기 밴드이자 우주 최강 밴드”라고 말하는 모습엔 유쾌한 당당함이 느껴졌다. 

지난 11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마주한 페퍼톤스는 음악만큼이나 밝았다. 이들이 꾸준히 내건 슬로건은 우울증을 위한 뉴 테라피 밴드. 지난 세월 동안 들려준 페퍼톤스의 수많은 노래들이 그에 걸맞은 역할을 했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자아내게 하거나 재기발랄한 효과음으로 듣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곡들이 여럿이다. “처음 밴드를 결성할 때부터 신나는 음악을 하자고 뜻을 모은 결과”(신재평)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낙관적인 희망을 품자”, “좌절하지 말고 힘내자”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했다. “변덕이 있어야 뮤지션 같지만 듣는 분들의 기대를 뒤집을 순 없어”(신재평) 기존 색을 고수하다 보니 페퍼톤스의 음악 세계가 갖춰졌다.

좋은 감정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작업하던 노래들은 세월이 흐르며 조금 더 다듬어지고 무르익었다. 신재평은 “살다 보니 낙관적으로만 살기엔 세상이 쉽지 않더라”며 “우리가 하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풀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7일 오후 발매하는 이들의 20주년 기념 앨범은 이런 마음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물이다. A면에는 후배 가수들이 페퍼톤스의 인기곡을 가창한 10곡이, B면에는 신곡과 미발표곡을 엮은 10곡이 빼곡하게 담겼다.
 
20주년 페퍼톤스 “언젠간 인디밴드서 인기밴드로” [쿠키인터뷰]
페퍼톤스. 안테나

신보는 버킷리스트를 달성한 음반이기도 하다. 신재평은 “우리 노래를 가창력 좋은 분들이 다시 연주하거나 불러주길 바랐다”면서 “회사에서 많은 도움을 준 덕에 여러 아티스트가 모였다”며 기뻐했다. 이장원은 “페퍼톤스의 20주년을 기념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는 기분”이라고 했다. 신재평 역시 “A면 부제가 ‘서프라이즈’”라며 “이 음반을 들을 청자와 우리에게도 깜짝선물 같은 음반”이라며 웃었다. 기념 앨범다운 분위기를 살려 이름도 ‘트웬티 플렌티’로 지었다.


늘 마음이 잘 맞는 두 사람에게 이번 앨범은 부담 아닌 설렘이었다. “20년 치 음악 관록을 보여주겠다거나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각오는 없었어요. 알려지지 않은 우리 음악을 이번 기회에 들려줘야겠다는 생각 정도였죠.” 이장원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신재평이 차분한 어조로 거들었다. “20년 동안 뻔하지 않은 음악을 하겠다는 진심이 굳건했어요. 그래서 늘 장난기 가득한 분위기를 살리려 했죠. 최근 발표작에 무게감이 실린 반면 이번 음반은 저희 이야기뿐인, 페퍼톤스의 회고록이에요. 조금 더 가볍고 재미가 더해졌죠. 10곡 중 6곡이 10년 넘게 묵은 노래거든요. 만들면서도 옛날 사진을 펼쳐보는 기분이었어요.” 

오랜 친구에서 긴 시간 함께해온 음악 동반자로, 이장원과 신재평에게 지난 20주년은 남다른 궤적으로 남아있다. 이들이 음악을 하며 늘 놓치지 않으려는 건 공감과 위로다. 타이틀곡 ‘라이더스’에는 ‘우린 그곳에 달려가네, 이대로 언제까지나’라는 의지를 담았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타이틀 후보곡 ‘코치’는 ‘우린 아직도 이렇게 분하고 또 기뻐’라는 가사로 누구나 느낄 법한 보편적인 감성을 건든다. 현재진행형 밴드를 표방하는 페퍼톤스에게 신보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이정표다. 두 사람은 “우리에겐 인기를 얻는 것보다 팀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했다. 덕분에 이렇게 20주년을 맞았다”며 “꾸준히 달려가는 만큼 언젠가는 인디밴드에서 인기밴드가 되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20주년 페퍼톤스 “언젠간 인디밴드서 인기밴드로” [쿠키인터뷰]
페퍼톤스 이장원(왼쪽)과 신재평. 안테나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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