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년, 기억 공간 지키는 사람들 [열번째 봄①]

세월호 10년, 기억 공간 지키는 사람들 [열번째 봄①]
지난달 26일 오후 12시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마당에서 음악 시위(버스킹)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예솔 기자

“이곳 기억공간을 기억해 주세요. 서울시의회 앞마당 기억공간은 시민들이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입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게 우리 사회의 책임과 약속을 다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흘렸다.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마당에 자리한 ‘기억과 빛’ 세월호 기억공간은 지난 2014년 4월16일의 기억을 여전히 지키고 있었다. 매주 피켓과 악기를 든 시민과 활동가들이 거리에 선다. 10년 전 304명의 희생자를 낳은 최악의 대형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이들이다. 쿠키뉴스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약 한 달 앞둔 지난달 19일부터 2주간 기억공간을 찾아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 오후 12시30분. 매서운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활동가 홍모씨는 거리 위에 음악 시위(버스킹)를 위한 스피커를 설치한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인 ‘기억과 빛’의 빛이 꺼질 위기에 처하면서다.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시청과 서울시의회에 인접한 기억공간 앞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음악 시위가 열리는 점심 시간대이면 어김없이 길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19일 오후 12시30분부터 음악 시위와 피켓 시위가 한 시간가량 진행되는 동안, 이들 앞을 스쳐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빠르고 차가웠다. 길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세월호 기억공간은 마치 외딴섬과 같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노란 리본’ 바구니 앞에 멈춰 서서 리본을 가져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10년째 세월호 참사를 함께 추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짐작하게 했다.

세월호 10년, 기억 공간 지키는 사람들 [열번째 봄①]
지난달 29일 오후 12시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 사진=이예솔 기자

음악인이자 활동가 홍모씨는 매주 거리에 나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기억공간 존치를 촉구하고 있다. 홍씨는 “사회적 책임을 매일 떠올리며 살아갈 수는 없는 우리에게 이 공간만큼, 마주치는 시간만큼이라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책임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사회적 참사는 그저 수많은 이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이 세상을 안전하고 정의로운 곳으로 만드는데 사회적 책임을 남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11월 서울 광화문광장을 떠난 세월호 기억공간은 서울시의회 옆에 임시로 문을 열었다. 6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에 세월호 희생자들의 사진이 빼곡히 걸려있다. 2014년에 멈춰버린 이들의 얼굴은 10년이 지난 현재도 앳된 모습 그대로다. 한쪽 벽면에 적힌 세월호 유가족들의 꽃누르미 창작동아리 ‘꽃마중’의 시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 감사와 바람을 전한다.

‘그리움 한 잎. 그리움 두 잎. 아이들이 꽃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립고 그립고 그리운 (아)이들, 모든 사람이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녹슬어간다. 지난 2019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됐던 기억공간은 2021년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시작하면서 시의회 앞으로 옮겨졌다. 이 과정에 제10대 서울시의회에서 부지 사용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제11대 시의회가 들어서면서 시의회는 기억공간을 불법 시설물로 규정했다.

임지혜 이예솔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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