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이라는 달콤함 [기자수첩]

논란의 중심에 선 ‘확률형아이템’
‘P2E’ 게임이 본연의 재미 줄일 수도

가능성이라는 달콤함 [기자수첩]
지난해 지스타 개막을 앞두고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심리학에는 강화와 처벌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자극을 어떤 비율로 주는지, 행동을 더하게 만드는지, 덜하게 만드는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게임은 이런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분야 중 하나다. 적을 없애거나 이겨 보상을 얻고 사람들과 관계 형성 등 다양한 자극이 주어진다. 한국 게임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확률형아이템’은 특히 더 그렇다.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뽑았을 때 쾌감은 물론, ‘희귀템’을 얻을 수 있으리란 가능성에 계속 시도하게 만든다.

확률형아이템은 게임사 최대 고민거리가 됐다. 수익을 보장해주는 핵심인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놓여있기도 하다. 확률형아이템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개정안 시행 전후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확률형아이템 확률 조작부터 웹젠 ‘뮤 아크엔젤’,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확률 오표기까지. 확률형아이템을 통한 무리한 과금 유도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를 향한 비판도 강하다. 올해 초 진행한 공동대표 미디어 설명회와 주주총회 등에서 꾸준히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3월 열린 주총에서 “통계를 보면 하루에 15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며 ‘리니지 라이크류’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이 지나치다는 식으로 말했다. 비판하면서도 결국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인식이다.


실제로 이용자의 비판 의견 제기는 최근 몇 년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트럭시위, 확률형아이템 보상 관련 넥슨에 제기한 민사소송, 커뮤니티를 통해 공론화된 엔씨소프트 ‘THRONE AND LIBERTY(TL)’ 등등.

누군가는 “잘 하다가 왜 이제 와서 불만을 말하는 건지” 또는 “불만이 그렇게 많으면 게임을 안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게임 이용자로서, 기자로서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재미있는 즐길 거리인 동시에 아픈 시기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기도 하고, 함께 커가는 친구이기도 해서다. 이용자 단체가 속속 생겨나고, SNS나 각종 플랫폼에서 비판을 제기하는 바탕에는 문제를 해결해 더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기 바란다는 애정이 깔려있다.

최근에는 ‘Play to Earn(P2E)’ 게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게임을 하며 돈을 벌 수 있기에 ‘게임무용론’을 바꾸는 데 일조하리라 생각한다. 다만 장기 관점에서 이용자들이 P2E 게임을 통한 재미를 느끼는데 긍정적일지는 의문이다.

다시 심리학이다. 사람이 행동하게 만드는 근원에는 ‘동기’가 있고, 외적동기와 내적동기로 나눌 수 있다. 즐겁게 하던 행동이더라도 경제적 보상이나 타인의 칭찬 등 외부에서 보상이 주어지면 행동 자체의 재미는 줄어든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보상이 게임 본연의 재미를 줄일 수 있다. 게임사에서도 P2E 구조 구축에 집중하다 게임성을 놓칠 우려도 있다.

이용자들이 오래 하는 게임이나 호평 하는 게임을 봤을 때, 직접 플레이하고 돈을 쓰는 이유는 ‘확률형아이템’이라는 가능성에서 오는 쾌감이나 중독성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토리 자체 또는 게임에 대한 애착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나 ‘젤다의 전설’ 등이 그렇다. 한국 게임 역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참신한 게임을 개발하려 투자하고 인디게임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혹시나’ 하는 가능성이 아니라 ‘역시’ 하는 확신으로 플레이를 이어나가는 한국 게임을 그려본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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